프랑스 시인 쟈끄 프레베르의 시와 김혜순 시인의 시 > 정겨운속삭임

본문 바로가기
|
23-03-28 21:23

프랑스 시인 쟈끄 프레베르의 시와 김혜순 시인의 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목    록  

아침 식사

 

             쟈끄 프레베르

 

 

그는 잔에 커피를 담았다.

그는 커피 잔에 우유를 넣었다.

그는 우유를 탄 커피에 설탕을 탔다.

그는 작은 숟가락으로 커피를 저었다.

그는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그는 잔을 내려놓았다.

아무 말 없이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그는 재떨이에 재를 털었다.

아무 말 없이 그는

나를 보지도 않고 일어났다.

그는 머리에 모자를 썼다

그는 비옷을 입었다.

비가 오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그는 빗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어 버렸다. 

 

*****

 

프레베르의 아침 식사에 대한 나의 저녁 식사

 

 

                                 김혜순

 

 

그는 넣었다 토마토 케첩을

끓어오르고 있는 나의 뇌수에.

그는 논리정연한 태도로 발라내었다 끓어오르는 뇌수에서

실핏줄과 튀는 힘줄을.

그는 맛있게 먹고 있었다

입맛마저 다시며.

그의 앞엔 나의 촉수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는 다시 이성적으로 휘저었다 예리하고

작은 나이프로

아직 익지도 않은 마지막 뇌수마저

 

다 먹어치우고 나서 그는

번질거리는 입술을 닦았다 희디흰 냅킨으로

그는 잔을 들었다

한 손에 갓 따온 먹이의 유방에 빨대를 꽂아서

코를 킁킁거리며.

그 다음 그는 홀짝홀짝 즐겼다

다른 한 손에 갓 뽑아낸 피에 얼음을 조금 섞어서

 

그리고 그는 불을 붙였다 내 머리칼에.

그는 만들었다 동그라미를

검은 콧구멍에서 나온 연기로.

그는 털었다 재를

내 시린 양 무릎에다.

그 다음 그는 일어섰다.

그리곤 텅 빈 나를 향해 빙긋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양미간에 내 눈동자가 달라붙은 것도 모르는 채.

그래서 나는 던졌다 힘껏

그의 '입'을 향해.

너덜거리는 내 영혼을 뽑아서.

  

 

* 출처 : 프랑스 시- 쟈끄 프레베르 아침식사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8
Shall we dance?
2 인기글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8
2319
37
그러니까 그 비둘기가
2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5-01
723
36
시적 변용에 대하여 ㅡ 1930년대 시문학파 시인 박용…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3-20
705
35
새단장 해주신 오즈님 내외분께 감사+889회 시 토론회…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1-26
561
34
제90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ㅡ 후기2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8
552
33
889회 시 토론용 ㅡ이규석님의 <동병상련>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1-26
546
32
나뭇잎 지구/ 이혜선의 시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22
537
31
이혜선 시인의 <운문호일, 마른 닭뼈>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3-20
515
30
미토스(mythos)에 관해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29
507
29
흰 눈-ㅡ 공광규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
491
28
제90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2021.10.26)…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8
481
27
새 단장한 물빛 홈을 둘러보며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1-26
467
26
수필 한 편 올려 봅니다
4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25
464
25
물빛 38집 <꽃이라는 도시> 출판기념회ㅡ제2부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5
446
24
물빛 38집 <꽃이라는 도시> 출판기념회ㅡ제1부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4
438
23
김영미 시인의 시 <빗소리>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3-27
435
»
프랑스 시인 쟈끄 프레베르의 시와 김혜순 시인의 시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3-28
426
21
이용하 시인의 첫 시집 <너는 누구냐> 중에서 시 두 …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0
422
20
시인은 왜 시를 쓰는가ㅡ정호승 편(옛 글)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2-16
405
19
농협 계단에 앉아서 / 이용대 시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18
404
18
사과꽃 / 류 근의 시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14
397
17
김기림의 산문시 <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4-20
395
16
휠덜린을 읽으며/ 김지하 시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20
386
15
다행이라는 말/ 천양희 시인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8
383
14
물빛 38집 <꽃이라는 도시> 출판기념회ㅡ제2부(연이어…
2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5
382
13
소금쟁이 설법/ 최동호 시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3-29
373
12
배추론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5
371
11
이탈리아 어느 마을, 관광지 눈으로 여행 가기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18
367
10
제889회 물빛 정기 시 토론회 후기ㅡT그룹 통화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1-27
356
9
2월 25일(목) 용학도서관 <시인과의 만남> 시간에
2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2-26
354
8
김지향 시인의 <눈뜨는 잎사귀>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2-16
352
7
흰 부추꽃으로/ 박남철 시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20
347
6
칸나님이 지금도 줄줄 외는, 청춘의 열병이 느껴지는 시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21
346
5
해남에서 온 편지 / 이지엽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1-25
318
4
889회 토론용 시 <빅 브라더>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1-26
288
3
책이 무거운 이유/ 맹문재 시인의 시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07
244
2
그믐달/ 천양희 시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08
223
1
폐사지처럼 산다/ 정호승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7
222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Copyright © mulbit.com All rights reserved.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