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하 시인의 첫 시집 <너는 누구냐> 중에서 시 두 편 > 정겨운속삭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정겨운속삭임

|
21-11-10 06:41

이용하 시인의 첫 시집 <너는 누구냐> 중에서 시 두 편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문학아카데미 시선>에서 온 메일을 읽다가, 기발한 착상(시적 상상력)의 시라는 생각이 들어 옮겨봅니다. 
 

뇌 하나 추가요 


                   이용하

 

 

문어는 다리가 여덟 개인데 뇌는 아홉 개다 머리에 있는 두뇌 말고도 다리마다 그것을 담당하는 뇌가 하나씩 있다 

그래서 다리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또 다리가 잘려나가더라도 새 다리가 나와 자라면서 뇌도 새로 생긴다 

문어는 나보다 훨씬 진화한 종이다 나는 뇌가 딱 하나만 더 있으면 좋겠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이 먼저 나가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내 얼굴에 스스로 먹물을 뿌리고 도망친다 내 혀에도 뇌가 하나 붙어있으면 좋겠다 말하기 전에 생각부터 해서 

이제 먹물을 그만 뒤집어쓰고 싶다 혀가 정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잘라버려도 되는 문어가 부럽다.

 

 

줄글로 쓰인 시인데 화면에 너무 빽빽해 보여서 임의로 줄을 바꿨습니다(조르바). 

 

 

니뭐꼬?

 

 

이뭐꼬?

화두를 들고 월정사 선방에 앉았다

두드러기처럼 일어나는 망상에 화두는 달아나고

날숨과 들숨이 고르지 못해 가슴이 답답했다

 

전나무숲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것 같았다

선방을 나와 숲으로 들어갔더니

나무들도 모두 참선 중,

호흡에 집중하고 있었다

 

말석에 가만히 앉아서

나무가 내쉬는 숨을 받아 깊이 마시고

내 숨을 천천히 내주었다

나무와 리듬을 맞추니 화두가 저절로 잡혔다

 

그 자리에서

500년을 수행한 전나무 방장이 내게 물었다

 

니-뭐-꼬?

나-무-요! 

 

 

  ㅡ 이용하 시인의 첫 시집 『너는 누구냐』 ​중에서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8 배추론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0-05 338
37 그러니까 그 비둘기가 2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5-01 679
36 프랑스 시인 쟈끄 프레베르의 시와 김혜순 시인의 시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8 387
35 시적 변용에 대하여 ㅡ 1930년대 시문학파 시인 박용철의 <시론> 중 일부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0 640
34 다행이라는 말/ 천양희 시인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10-28 380
33 Shall we dance? 2 인기글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10-28 2150
32 폐사지처럼 산다/ 정호승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10-07 211
31 칸나님이 지금도 줄줄 외는, 청춘의 열병이 느껴지는 시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9-21 342
30 휠덜린을 읽으며/ 김지하 시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6-20 377
29 흰 부추꽃으로/ 박남철 시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6-20 340
28 그믐달/ 천양희 시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6-08 209
27 책이 무거운 이유/ 맹문재 시인의 시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6-07 240
26 소금쟁이 설법/ 최동호 시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3-29 360
25 해남에서 온 편지 / 이지엽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1-25 302
24 흰 눈-ㅡ 공광규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2-11 456
23 물빛 38집 <꽃이라는 도시> 출판기념회ㅡ제2부(연이어) 2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1-25 374
22 물빛 38집 <꽃이라는 도시> 출판기념회ㅡ제2부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1-25 433
21 물빛 38집 <꽃이라는 도시> 출판기념회ㅡ제1부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1-24 430
» 이용하 시인의 첫 시집 <너는 누구냐> 중에서 시 두 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1-10 417
19 제90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ㅡ 후기2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0-28 508
18 제90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2021.10.26) ㅡ후기 1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0-28 435
17 농협 계단에 앉아서 / 이용대 시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9-18 401
16 이탈리아 어느 마을, 관광지 눈으로 여행 가기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9-18 339
15 사과꽃 / 류 근의 시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9-14 380
14 수필 한 편 올려 봅니다 4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8-25 438
13 나뭇잎 지구/ 이혜선의 시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7-22 474
12 미토스(mythos)에 관해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6-29 470
11 김기림의 산문시 <길>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4-20 383
10 김영미 시인의 시 <빗소리>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3-27 432
9 이혜선 시인의 <운문호일, 마른 닭뼈>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3-20 494
8 2월 25일(목) 용학도서관 <시인과의 만남> 시간에 2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26 347
7 김지향 시인의 <눈뜨는 잎사귀>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16 346
6 시인은 왜 시를 쓰는가ㅡ정호승 편(옛 글)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16 400
5 제889회 물빛 정기 시 토론회 후기ㅡT그룹 통화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1-27 342
4 889회 시 토론용 ㅡ이규석님의 <동병상련>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1-26 485
3 새 단장한 물빛 홈을 둘러보며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1-26 435
2 889회 토론용 시 <빅 브라더>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1-26 273
1 새단장 해주신 오즈님 내외분께 감사+889회 시 토론회 재안내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1-26 517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