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ㅡ 후기2 > 정겨운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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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따라 변하는 사랑에 대한 각서

 

조르바 

 

떠나는 그를 붙잡지 말 것

물들지 말 것 

어떤 바람도 절반은 지났으니

가슴의 빈방

불 밝혀 둘 것

밥 때는 놓치지 말고

잠은 조금씩 줄여 하얗게 

퍼렇게 차오르는 밤바다 

물결 밀어주는 만월처럼

낭랑(朗朗)할 것

 

물들지 말 것이 궁금하다시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와 같이 나도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써봤습니다.

만남에서 떠남으로 이어졌다면 이미 사랑은 절반이 지났으므로 그 후의 일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빈방에 불 켜 두었습니다

교수님 가라사대, 사랑이라는 이런 주제는 엄청난 것이기 때문에 릴케도 가급적 사랑 따위의 말을 쓰지 말라고 했다는데, 저는 교수님의 endless love라는 세계관과 대조적인 말초적이고 변화무쌍한 사랑을 건드려 봤습니다

이 시가 조금 경박한 느낌도 스스로 갖고 있습니다.

─ 제목에서 철따라 변하는을 빼면 그래도 조금 나을 듯 하다는 지적.

코너리 님께서 “~~할 것이라는 표현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각서니까 “~~~할 것이라는 표현은 무상명령(정언적 명령)으로 봐야 한다는 교수님 말씀.

cf) 조건명령 같으면 이유가 ~~ 때문이라는 의미의 서술로 나타나겠지만 이 시에서는 화자가 혼자 명령하고 혼자 그렇게 하겠다는 

(절대적) 맹세에 가까우므로 무조건적이라는 의미로 “~~할 것이란 표현을 써 봤습니다.

교수님께서 밤을 하얗게샌다는 표현이 걸리셨나 봅니다. 밤을 새카맣게 샐 수는 없으니 하얗게 새지 않나요

관용적으로 쓰는 하얀 밤은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동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만조 때 달이 밀물을 가져다주듯이 낭랑하고 싶었음을 고백합니다. 시적 완성도가 드러나지 않아 부족함을 느낍니다

시가 조르바의 다른 시 답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서강님)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요.^^

 

 

황국

 

   박수하

 

 

1. 꽃은 찰나에 미소 짓는다

 

2. 잎사귀 사이마다

노란색 

웃음을 감추고 있다가

 

3. 바람 한 번

휙 불어 오면

 

4. 날아가는 햇살 속으로

끝이 동그랗고 

살짝 뾰족한 잎 모양으로

웃음을 던져 준다

 

5. 새파란 하늘

덥석 받아낸다

 

1. 마치 화두나 경구처럼 찰나에 미소 짓는 꽃이라고 먼저 규정을 했습니다.

그러니 그 미소가 왜 찰나인지를 밝혀내야 할 듯 싶습니다.

"황국"이어서 잎사귀 사이마다/ 노란색/ 웃음을 감추고 있다는 시인의 관찰이 개성적입니다. 

4. 황국의 이파리는 끝이 동그랗고 살짝 뾰족한 모양입니다.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서술입니다

하지만 시가 되기 위하여서 교수님께서는 이상의 <날개>에 등장하는 오전에 보자기 만한 햇살이 창으로 들어 왔다가 

(오후에는) “손수건 만해져서 빠져나간다는 표현이 훨~ 독자에게 와 닿음을 설명하셨습니다

가로 세로 몇 센티의 정확성이 아니라 이럴 때 시적 모호성이 즉물적인 이해에 더 도움이 된다는 말씀.  

파스칼의 <팡세>에 등장하는 용어. 기하학적 정신과 섬세의 정신에 관한 설명도 계셨습니다

수학(기하학)적 정신이라 함은 어떤 논리로 추리하거나 증명하려는 태도일 테구요

섬세의 정신이라 함은 논리를 초월하는 감성적 이해 혹은 통찰적 태도를 뜻하겠지요

우리 삶과 시는 섬세의 정신으로 접근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하님의 4, 논리적 설명이 감성의 힘을 입고 정서적 표현 or 통찰의 깊이로 나타나면 좋겠다는 말씀이실 겁니다

꽃은 찰나에 미소 짓는다고 하셨으니, 찰나와 번갯불 같은 통로(연결)가 생긴다면 더 좋겠지요

이쯤에서 보면 그 경구와 같은 첫 연 명제가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고 맙니다.(조르바)

5. 새파란 하늘을/ 덥석 받아낸다

이 구절은 달팽이 같은 곤충류의 순간 이동”과 흡사한 느낌이 듭니다

"덥석"이라는 의태어의 속도가 독자의 느낌이 스며들 수 없는 재빠른 질주(?) 같아서... 그래서 뒷연을  추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겼습니다.(조르바

황국이 주는 정서와 삶의 정서를 의미화 할 수 있는 마지막 한 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교수님은 조르바의 의견에 웃으셨습니다.

 

<이것만은 똑같다>

(전문 생략)

 

ㅡ 돌샘님의 시들 중 아주 색다른 제목이라서 반짝했다는 느낌(조르바)

 

ㅡ ‘나이 듦을 인정하자라는 뜻 외에, 스스로에게 다짐하는(타이르는) 독백 같아서 시의 옷을 입기 전의 군말같은 상태로 보입니다

<나이 듦>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빗댈 사물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군자란을 끌고 오거나 소국이나 황국을 끌고 오거나 떠나가는 그를 끌고 오거나 해서 

그 소재의 점진성(변화)이나 상황을 우리 삶의 외연과 병행해 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비문이 있으니 문장을 정치하게 의미화해 보고 따져 보라시는 교수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맛있는 연둣빛

 

고미현


이른봄 고운 햇볕 아래
오가피 새순을 뜯는다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오는데
미안한 손길로
한 바구니 가득 채운다

맛있는 연둣빛
순하고 쌉싸름한

치열하게 준비해서
첫발을 내딛는데 갈 곳이 없다

꿈이 사라진 연둣빛

어린 청춘들

 

***

1. 오갈피나무=오가피나무

그 새순으로 나물 무쳐 먹으면 아주 맛있다는 해안님의 경험 토로.

2. 그 연한 새순이 꺾이는 것과 작금의 청년들이 실업 한파를 겪는 현실을 연결한 시로 보입니다

그래서 맛있는 연둣빛이 사실은 쓰라린 연둣빛으로 독자가 읽고 공감하게 됩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싶은 청년들의 연둣빛 꿈이 곧 오가피 새순과 같습니다

화자의 미안한 손길이 곧 사회의 가혹한 현실로 유추가 됩니다.

3. 밑줄 친 부분은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어서, 시적 언어로 에둘러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서강님이 끝연을 4연 앞으로 올리고, 4연을 좀 더 시적 여운을 주기 위해 달리 표현하시면 좋겠다는 주문

꿈이 사라지는/ 늦은 연둣빛으로 마무리를 하면 어떨까 하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동인지 게재용 <푸른 그릇>이라는 시가 깜짝 놀란 만큼의 비밀병기에 해당하신다고 교수님께서 칭찬하셨습니다.

 

*********** 

 

이후 동인지 38집과 관련한 논의, 사랑방 손님 다섯 분의 시 비평이 동인지의 격조를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

원고 교정을 각자가 확인하라시는 교수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동인지 38집이 나온다는 것은 어마무시한 일

동인들 모두가 환희에 앞서 두렵기까지 합니다

카톡으로 논의한 내용도 많으나 여기서는 생략합니당!!!

중책을 맡으신 회장님을 대신하여 조르바가 907회 시 토론회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다음 토론회는 11월 9일(둘째 화) 7시입니다. 

홈에 올릴 시는 당일 오후 3시까지입니다. 

코로나의 강을 무사히 건너, 동인 모두가 활짝 핀 얼굴로 만나 뵙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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