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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계단에 앉아서

 

 

   이용대

 

 

새 씨앗을 산

어린 아낙의 눈이 

밝아 있다

 

농약을 들고 나오는

반백의 얼굴엔

깊은 수심이 어린다

 

비료를 잔뜩 싣고 경운기를 돌리는

농부의 실팍한 어깨가

바위만큼 무겁다

 

땀과 눈물이 고인 하루들이

꼬박꼬박 찍혀 있는 통장 속으로

조금씩 쌓이는 잔고를 보며

사무실을 나서는 노파의 걸음이

가볍다

 

흘러내린 머리카락만큼이나 고단한

밭이랑 논배미지만 

그래도 농협을 찾아

웃으며 오는 사람들이

반갑다

 

  ㅡ 미발표작(2021.02.23.) 

<기독시문학> 2021년 하반기 책에서 옮김. 

 

* 이용대 시인(1950~2021)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탕곡리가 고향. 거기서 생애 후반에 농사 짓다가, 올해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시인.

한국기독시인협회 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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