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흥 교수님께서 강조하시는 미토스적인 언어에 대해
우연히 검색하다가 찾은 신문의 내용입니다.
배철현 교수는 종교학자이자 인문학자인 분입니다.
배철현, <인문학 산책> 연재 중 부분.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9090121921
로고스’와 ‘미토스’는 진리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식
ㅡ 서구문명은 로고스를 문명 건설의 ‘벽돌’로 여겨
순간을 사는 인간에게 삶의 가치를 알려주는 방식은 미토스다. 이성으로 무장한 현대인들은 미토스를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인 ‘신화(神話)’로 번역한다. 그러나 신화는 미토스가 가진 독창적이며 심오한 의미를 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진정성을 왜곡하는 오역(誤譯)이다. 미토스는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인간다운 삶,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감정과 정신 그리고 영혼을 훈련시키는 이야기다. 미토스는 프리드리히 니체와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융 그리고 알프레트 아들러가 주장하는 심리학의 초기 형태다. 인류의 우주 창조와 인간 창조, 영웅 이야기들은 모두 미토스다.
미토스는 숫자나 개념에 관한 추상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넌지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미토스는 상징(象徵)이며, 인간이 미토스에 등장한 이야기를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그 결과를 응시할 때 ‘참’이 된다. 그것은 예술을 창작하기 위한 창의성과 같은 것이다. 조각가는 정과 망치를 들고 다듬어지지 않은 대리석 조각을 하나씩 덜어낼 때 자신의 창의성을 조금씩 드러낸다.[중략]
인간의 위대함을 위한 찬가
인간은 ‘놀랍다’다. 소포클레스는 그리스어 ‘데이논(deinon)’이란 단어로 인간을 정의한다. 데이논은 경외심, 존경심, 공포, 놀라움, 기적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단어다. 크레온과 안티고네 모두의 특징이다. “때로는 악의 길을 가고, 때로는 선의 길을 가는”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단어다. 데이논은 인간의 양극단과 알 수 없는 심오한 마음 상태를 지칭한다. 인간의 마음은 인간의 말이나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인간은 우주만물 안에서 가장 이상하고 놀랍고 무서운 존재다.
데이논은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다음과 같은 기질이다. 첫째는 ‘미스테리움(mysterium)’, 즉 신비(神)다. 나는 왜 인간으로 태어났는가. 생명은 왜, 어떻게 등장했는가. 과학은 그 이유를 영원히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그 일부분만 알아갈 뿐이다. 둘째는 ‘트러멘둠(tremendum)’, 즉 전율(戰慄)이다. 전율이란 오감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어떤 것을 경험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다. 셋째는 ‘파시난스(fascinans)’, 즉 매력(魅力)이다. 매력이란 사람을 끄는 아우라다. 매력은 나와 너의 경계를 가물가물하게 하는 신비한 돌, 자석이다.
원로원은 크레온의 칙령을 테베라는 도시문명에 질서를 부여하는 언어와 생각이라고 찬양한다. 인간은 로고스를 스스로의 힘으로 터득해 찬란한 문명을 이뤘다. 그러나 이 노래는 인간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한 가지를 아쉬워하며 언급한다. 인간은 그 앞에서 도망치지 못하는 비참한 존재다. 바로 죽음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로고스인가? 인간이 결국 마주칠 수밖에 없는 죽음 앞에서, 인간의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은 무엇인가. 혹시 미토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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