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님을 어제(20.03.19) 만났을 때,
제게 이혜선 시인의 시집을 부탁해서...
아둔한 제가 그 시인이 누구신가 싶어 찾아 봤습니다.
과연 시가 좋네요...^^
아래는... 인터넷 검색으로... 애지문학회 사이트로 가서 복사해 온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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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튀김을 먹고 남은 뼈를
뒷마당에 널어 말린다
맑은 가을볕손가락이 뼈들을 바짝 바짝 말린다
길고 짧은 뼈들을 속속들이 말린다
제자들과 길을 가던 석가모니는
길가의 마른뼈 무더기를 보자 그 앞에 절했다지
몇 생 전 부모의 뼈인지도 모른다고
검은 뼈 흰 뼈 삭은 뼈 덜 삭은 뼈에 공손히 절했다지
나도 오늘
말라가는 닭뼈에 마음으로 절한다
몇 생 전 부모님 뼈,
몇 생 후의 나의 뼈,
굽이굽이 휘어지는 강물의 흰 뼈가 보인다
산비탈 오르며 미끄러져 주저앉는 뒷모습
굽어진 구름의 등뼈가 보인다
바람 든 이승의 무릎 꿇고 다시금
마른 닭뼈에 절한다
- 「운문호일, 마른 닭뼈」 전문
‘운문호일(雲門好日)’은, 1135년 경에 만들어진 고전적인 선학의 문답 공안집 『벽암록(碧巖綠)』의 제6칙에서 가져온 말이다.
운문화상이 대중들에게 설법하기를 15일 이후의 일에 대해 묻고는, 스스로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라고 말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은 이 구절을 그대로 옮겨오면 ‘운문일일호일(雲門日日好日)’이 될 것이나,
시인의 그 약어로 축약한 ‘운문호일’을 자신의 화두로 선택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삶의 가르침은 올곧은 종교가 마땅히 개진할 중생 교화의 길일진대,
시인이 이를 시의 화두로 삼는 일은 종교적 사상성과 삶의 실상을 두루 연계하여 그 깨우침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려는 의도를 포괄한다.
이 사유와 표현의 방식은 지금까지 일관해 온 시인의 시적 행보, 깊이 있는 정신의 힘이나 우주의 시공을 넘나드는 통어력과 조화롭게 악수한다.
일찍이 석가모니가 마른 뼈 무더기 앞에서 절을 했다는 고사가 오랜 세월 저편 이야기의 갈피에 묻힌 과거사로 끝나지 않는다.
시인은 오늘에 이르러 여름날 맥고모자처럼 흔한 닭튀김 먹고 남은 뼈를 말리고 그 앞에 마음으로 절한다.
그 숙배의 의미가 무엇이든, 옛날과 닮은꼴이든 그렇지 않든, 시인은 ‘강물과 구름과 바람’의 뼈를 적시(摘示)하는 눈을 얻었다.
그처럼 새롭고 경이로운 개안(開眼)이 없고서, 날마다 좋은 날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혜클래식 13번 이혜선 시집, {운문호일雲門好日}, 도서출판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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