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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4 20:09

새해,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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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가 오긴 온 건가요?
우주적이고 개인적인 시간, 그리고 제한적인 시간.
한 며칠, 아무에게서도 연락이 없으니
정말 모처럼 휴식은 절로 휴식인가 봅니다.


휴 식


이진흥



묵은 노트를 여니
황소가 걸어 나온다
당당하게 죽은 청년의
깡마른 윤곽도 얼핏 비친다
정적만 남기고
모두 어디로 갔나
두어 장 넘기고 눈을 드니
창 밖 후박나무 잎 사이로 너울너울
장자가 지나간다
돌아보는 그의 눈빛이
문득, 황소 빛이다


이진흥 교수님 시집, 『칼 같은 기쁨』, 53쪽.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

마음의 달


천양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2003, 동서문학, 가을호)

**시작 노트**
마음이 화두가 된 여러 해 동안 보름달과 하늘과 바다 같은 경계 없는 것들이 내 길이 되어 주었다. 그때서야 마음이 나를 끌고 가고 세상을 끌고 간다는 것을 겨우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마음이 몸의 유배지가 되지 않기를 / 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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