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올라도 뜨겁지 않은
전 영 숙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어지럽게 머리카락이 빠져 있다
설거지하고 난 뒤 보면
손톱이 부러져 있다
잘라도 아프지 않은 것이
아프게 한다
붙잡을 수 없는 이 아침처럼
내 몸에 붙잡을 수 없는 것이
점점 생겨나고 있다는 느낌
나도 모르게 빠져 나온 것을
발견하는 날이 많아질 거란 생각
가을 볕 아래 서 있는 나무를 본다
붉게 타올라도 뜨겁지 않은
단풍잎이 맹렬하게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소리 없이 헐거워지는 공중이다
조금씩 사라지는 내 것 아닌 내 것들
오늘도 이만큼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