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을 잃고
전 영 숙
수국 꽃 피어
화단 한 쪽이 봄 내
넘실거렸다
크고 둥근 한 송이 꽃 속에
수십 송이 작은 꽃들이
물결치고 파도쳤다
봄의 쪽배를 오래토록
밀어주던 꽃
풍덩 빠져 살아도 좋았던
어느 날
수국이 뿌리 채 뽑혀 없어졌다
저보다 더 큰
빈자리를 만들어
없는 저를 자꾸 들여다보게 했다
잃어버린 물의 나라가
한없이 넓어
하늘이 다 들어와도
헐빈했다
달빛도 길고양이도 모르는
은밀한 꽃의 세계가
은밀하게 사라진 후
알았다
오가 가는 것으로
깊이 페인 상처 모두
상실의 꽃자리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