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
이규석
애 마른 아우
마른 땅에 뿌리내린 해바라기처럼
키만 훌쩍 커
바람이 일 때마다 흔들거렸다
솟대 곁에 서서 두리번거리고
하늘로 목청 가다듬어 살려 달라 소리쳐도
어른거리는 그림자 하나 없어
신작로 위로 구르던 말 쉰 소리되고 말았다
목이 말라 마신 물, 물이 아니었나
폭우 쏟아지던 날
고향으로 돌아와 묻혔다
그가 누운 자리엔 가시투성이 두릅나무 무성해지고
내내 응달진 곳에 갇혔던 젖은 몸
사십 년 만의 볕 바라기에
나비처럼 날아노른 서러움
양지쪽 큰 소나무 아래로 옮겨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