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졍해영
경희야
조금만 더 힘을 내려무나
세탁기가 헹굼에서
탈수로 넘어 갈 때처럼
쥐어짜는 소리가 난다
경희는 오십년 넘게
세탁과 헹굼과 탈수를
반복하는 나에게 붙인
내 이름이다
너도 제 자리에서
뒤로 몇 걸음
물러서 있구나
이제 물러설 때도 되었다
바다위에서 85일째 되는 날
휘파람새에게 말을 거는
노인처럼
누구에게 말을 하는 것은
혼자인 자신을 속이는 일
경희야
너도 할 말이 많지
모든 것을 얻었는데
세월에게 다 빼앗겼다는 듯
살았지
없는 당신을 곁에 두고
내가 하는 당신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