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들고 맨발로
전 영 숙
돌담아래 봉숭아
한 주먹 따 내면
내일 그 보다 더 피어
따 낸 자리 보이지 않았다
얼른 일어나 눈물 닦고
깨진 무릎에
빨간 약 발라 놓던
봉순이처럼
재빨리 상처를 꽃으로
감싸 놓는 봉숭아
흰 보라 다홍
그늘진 담 밑이 화사했다
작고 여리고 소박해도
뙤악볕처럼 뜨거운 봉숭아
구두를 들고 맨발로
뛰어가던 봉순이 같은 꽃
다홍물 흠뻑 들어 떠난 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녀가
매년 봉숭아로 피어 한들거렸다
영 글러버린 이번 생의 손톱에
꽃물을 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