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미인
정해영
타인의 등에 붙은 흰 티끌을
떼어주다가
스무 살적
단정한 그의 어깨너머
푸른 앞날을 보았다
겨울 아침
언 손이 펴지지 않을 때
셔츠의 단추를 채워 달라던,
그 때는 그 뜻을 알지 못했다
머리를 빗으면
아직도 귀속에 살고 있는
머리카락 미인이라는 말
평생 빠져 나올 수 없는 바다였다
아무도 일러 주지 않아도
먼 훗날 세월이 일러 주었다
빠져서 허우적거려도 그 옛날
나이가 건져 주었다
무심코 손이 하는 일
수심을 모르는 깊은 바다에
빠져드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