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장로님 한 분이
목련님의 맑은 마음을 시로 쓴 것 같아서
시 한 편 올립니다.
- 유월이 오면-
윤주영
유월이 오면
맨 먼저 대문 앞에 밝은 등을 달자
어머니 저만치서
소슬바람 타고 오시기 전에
품 안의 것들 씻기다가
씻지 못한 내 속마음도 씻자
"이제 네가 나보다 더 늙었구나" 하시며
안타까워하시기 전에
깔끔한 옷 갈아입고 기다리자
거울 앞에 서서 주름진 내 얼굴을
어머니가 바라시던 부끄럼 없는 얼굴처럼
환하게 활짝 펴자
어머니가 가실 때
주고 가신 말씀 한 권
읽고 또 읽었냐는 말씀에
"네" 하지 말고 틈틈이 챙겨 읽자
오셨던 어머니가 다시 가실 때
서글픈 눈으로
뒤돌아보지 않으시도록
<창조문예>, 2020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