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연에 등장하는 '유리상자'는
'박물관'이라기에
미라(mirra)를 보관할 때나,
혹은 깨어지기 쉬운 그러나 투명한,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을 보관한다는 느낌을 주는데
여기서는 조금 달리 쓰인, 어색한 느낌입니다.
“가슴에 묻어둔 얼룩진 편지”라는 느낌이 들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2연에서
“추억은 안개처럼 몸을 감싸는데/ 굳게 입 다문 그날/ 깜빡 정전되었다가 환히 켜진다”에서 주어가 모호한 느낌이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만남과 헤어짐에 관하여...
교수님께서는 크레타 섬 출신의 아그네스 발차가 부른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조르바는 신경숙 소설가를 떠올렸습니다만, 조수미가 한국어로 부른 노래),
이 노래를 예로 들어 주셨습니다.
연인은 8시발 기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ㅜㅜ 이별이었습니다.
떠나간 당신은 이제 돌아오지 못합니다.
밤이 되어도, 영원히, 오지 못합니다.
가슴 속에 아픔을 남긴 채...
기다리는 사람은 하염없이 역에 앉아 있습니다.
이 곡은 그리스Greece의 레지스탕스들이
군부독재에 저항하던 시기에 작곡된 노래라는데요.
그리스 민중의 혈관에 흐르는 노래라고 할 만큼 유명합니다.
시대에 대한 저항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을
연인과 헤어지는 아픔으로 승화시킨 곡이어서 의미가 깊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모습.
안타깝고, 아프고, 슬픈 관계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3연에서는
너무 말이 먼저, 매끄럽게 나와 있어서, 말에 빠졌다는 지적.
절실히 그러합니다, 교수님!
좀 더 절실하게 고민하고 쓰겠습니다.
교수님의 가르침은 촌철살인의 깨달음을 주셔서
저희들이 듣고 또 듣고, 새겨들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물빛>의 뿌리가 교수님의 토양 안에서 자랐음을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시를 사모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교수님의 설법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동인 여러분께서도 주위에 “들을 귀가 있는 자”가 있다면
<물빛>을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