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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없고 연잎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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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과 연잎의 관계를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꽃은 자기실현의 상태(主)를 보여주고,
잎은 꽃을 피우게 하는 조력자(從)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주인된 사람은 가고,
주인을 그리는 종된 사람이 주인을 추억하며 일종의 자책을 쏟아내고 있는 시입니다.
그 자책은 다름 아니라 "비를 맞는" 것이지요.
"흠씬 두드려 맞는" 것, "시퍼런 매를 맞는" 것이지요.
시인은 비를 끌어와 마음의 죽비로 삼는, 비유의 솜씨를 보여줍니다.

갓 떠나간 꽃, 오래 남겨져 있을 연 잎사귀.
자책과 반성으로 삶의 진실을 깨닫는 수작이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연잎에 맺히는 동글동글한 물방울.
그러나 물이 많이 고이면 연잎은 그 물 무게를 못 이겨
스르르 잎을 기울이면서 물을 쏟아버립니다.
그 모습에서 욕심 없는 삶의 모습을 배운다고도 합니다(서강님).
이른 아침, "뻘 속에"서 고요히 피어나는 연꽃의 개화 또한
속진(俗塵)에 물들지 않고 초연하게 해탈에 도달한 모습 같습니다.

2연
“일제히 하늘을 향해/ 비를 맞는다”에서
‘~~을 향해’라는 말은 방향을 가리키므로
‘향해서 비를 맞는다’는 말은 어색하다고 하십니다.
‘가슴을 펴고 비를 맞는다’라는 말이나
‘하늘로(을) 향한 연잎은 비를 맞’을 수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무슨 자책처럼 반성처럼/ 흠씬 두드려 맞는다”에서
‘깨달음이 아프다’는 시인의 내면 풍경이 오버랩되어
독자들을 숙연하게 합니다.
교수님께서 헵벨(Hebbel)의 <범비극론(汎悲劇論)>을 고무풍선을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고무풍선에 바람을 넣었을 때, 내부의 힘과 외부의 힘이 서로 대립되면서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게 되는데
이러한 내·외적 팽팽함은 우리 삶에서 고통인 동시에 생명의 힘이라는 것,
그런 갈등을 아는 것 속에 비극이 자리한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내 의지 밖의 세상에서)
어떤 대상이 나를 때리고 들어온다는 것.
그런 생의 모순과 아이러니에 부딪히면
우리는 고민과 갈등으로 수척해지고, 우리가 치르는 이유 있는 몸부림에서
비극이 발생한다는 것. 우리 삶이 두루 그렇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이 시의 3연에서
“당신의 주검을 눕혀 놓고/ 돌아앉아 밥을 떠먹었던 날이/ 연잎에 어른거린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탁월하신 설명처럼 범비극성을 느끼게 하는 시입니다.

이러한 표현이 시가 주는 진실한 힘인 것 같습니다.
몇 마디 말로써 삶 전체를 감싸는 이치를 보여주는 것
곧 산문과는 다른 시(詩)의 특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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