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처서” 때가
호미와 농기구를 씻어 걸어 둘 때일까?라는 궁금증(목련님).
백중(음 7월 15일) 무렵에 무성한 풀들을 밴 다음 농기구를 걸어놓는다는 말을 들어본 것 같다는 말씀.
민속대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이 무렵은 음력 7월 15일 백중(百中)의 호미씻이[洗鋤宴]도 끝나는 시기여서 농사철 중에 비교적 한가한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말도 한다.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말인데, 다른 때보다 그만큼 한가한 농사철이라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다.“
이렇게 나옵니다.
비슷한 그 무렵이긴 하지만 백중에는 "호미씻이"라는 말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의문이 드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처서 무렵과 백중 무렵이 혼동되지 않도록 가급적 짚고 넘어가자고 말씀하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이 때는 귀뚜라미도 울고 서늘해지는 때. 풀들도 한여름만큼은 거칠게 자라지 않을 테니 농기구를 걸어둘 만도 하다는 말씀(이규석님).
그렇다면 일반적인 말로 “호미와 농기구를 씻어 걸어두었다”고 하면 무난하겠다는 의견(서강님).
잔잔하고 정갈하게 시상을 잘 펼치신 수작.
교수님의 섬세한 궁금증.
1연의 “장독 뚜껑을 열어 볕을 보이시고”에서........
장독 안 내용물에 볕을 쬐어주려고 뚜껑을 열어두시는 어머니의 처서 일과에서
“볕을 보이시고”가 ‘볕을 보게 하시고’라는 의미인지 질문하시다.
생경하신 듯?
“장마 동안 젖었던 책 속의 길도 말렸다”에서....
“책 속의 길”이라는 것이 다음 한 연에서 나타나고 있으므로,
또 시인이 해석을 문면에서 드러내버린 것 같아서
그저 담백하게 “서책도 말렸다” 정도로 하면 어떨까 말씀하시다.
2연은 인간의 도리, 지식, 지혜, 품성 등을 점검하고
인간관계를 새롭게 하는 다소곳한 때가 처서임을 보여줍니다.
‘손 닿을 수 없는 곳까지, 닦을 수 없는 곳까지’ 열고 말리고 새롭게 점검하시는 어머니 삶의 면면을 통해
시인 역시 그러한 내적 충만을 갈무리하게 되겠지요.
삶을 살아내는 일의 깊이와 진정성이 이런 데서 드러날 것입니다.
(시인이 그렇게 해석하시면 그렇게 될 듯합니다.)
3연 “무너져내리는 매미소리” “바람에 손을 담그셨다”도 의미가 깊고 풍성한 느낌.
그러하신 어머니가 이제 시인의 삶으로 건너와 닿아야 할
'무언가 한 행'이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조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