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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5 10:24

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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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정해영

이 맘 때면 풀이 천천히 자랐다 하여 농부들은 호미와 농기구를 씻어 걸어 둘 때라고 했다 어머니는 장독 뚜껑을 열어 볕을 보이고 눅눅한 이불과 장롱속의 옷을 꺼내어 빨랫줄에 내다 말렸다 장마동안 젖었던 책속의 길도 말렸다

손닿을 수 없는 마음속의 좁은 길도 열어놓고 닦을 수 없는 마음과 마음사이 그늘도 열어서 뒤집어 놓았다

하루 종일 어머니는 무너져 내리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바람에 손을 담그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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