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배롱나무가 한창인 요즘입니다.
배롱나무는 일본에서 “원숭이가 미끄러지는 나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줄기와 껍질이 매끈하다고 합니다.
이쪽 나무줄기를 살살 간질이면 저쪽 줄기 끝이 간지럼을 탈 정도로 민감한 나무라고 합니다.
멋진 시라는 칭찬. 이른바, 칭찬 시리즈!!
1연에서
“뿌려 놓은 듯/ 뱉어 놓은 듯/ 온 가지에 우글우글한 분홍” 생동감 있게 감각적으로 전달되는 느낌이라는 칭찬(시각과 촉각의 공감각적 느낌을 받음-조르바)
2연에서
“초록바탕에 꽃 가라(무늬)/ 촌티 나는 월남치마를” 곱긴 하지만 그야말로 촌티 펄펄 날릴 수 있는 어여쁨이 드러난다고 칭찬.
선비의 집이나 사찰, 서원 등에서 볼 수 있는 귀티 나는 배롱나무를 이렇게 새롭게 봤다고 칭찬.
“붉은 백날을 내밀어 놓았다” 에서 백일은 치성을 드리는 시간.
백일잔치처럼 기념하거나 백일기도처럼 정성을 쏟는 시간의 단위이기도 하고 곰이 사람으로 변할 만큼의 신화적인 시간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의미가 깊습니다.
그런데 배롱나무의 둥그런 느낌의 수형(樹形)과 "내밀어놓았다"는 말은 약간 튈 수도 있다는 지적.
그 때문에 3연은
옥에 티처럼 약간 비이미지적인 서술어어서, 이미지가 있는 말로 대체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깐깐한 주문. 이 정도의 격(格)에서도 더 높이라고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飛上.
예리하신 지적은 마지막 4연에서
“배롱나무가 날개를 펴고/ 조금씩 날아오른다”라는 부분에서....
제목과의 관련성을 지적하십니다.
무엇을 “펼쳐 놓는다”는 말이 거느리는 범위는 ‘펼쳐서 (뭔가를) 찾아보다’ ‘짚어보다, 조사해 보다’ 등으로 자기검열이나 성찰의 느낌을 주는데
배롱나무가 백일홍을 펼쳐놓고 “조금씩 날아오른다”, 혹은 “떠오른다”고 본다면
비상하고픈 마음이 인내하거나 성찰하려는 마음과는 살짝 충돌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그럼 <배롱나무는 백일홍을 피워놓고>라고 제목을 바꿔 본다면(조르바 생각)
선녀가 날개옷을 펼치자 마자, 애들도 나무꾼도 다 놓아버리고 배롱나무가 내빼는 이미지로 가볼까........ 하는 생각을 슬쩍 해봤습니다..
날개를 펴고 조금씩 날아오르는 배롱나무??? 그 선녀???ㅎㅎ
교수님의 지적은 고당도 처방이어서.......
서강 님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자꾸자꾸 들여다보고픈 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