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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30 10:15

숨바꼭질/ 이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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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1) 달빛 허옇게 쏟아진
텃밭 가 해바라기
솔가지 뒤에 숨었다

2) 골바람이 흔들어도
얼굴만 숨기면 안 들킬 줄 알고
고개 꺾었지

3) 저녁 운동 나온 사람들
누가 분탕질하나 두리번거리다
달빛에 눈이 부셔
피식 웃었다

4) 웃다가 죽게 되다니,
이우는 조각달 타고
한바탕 춤이나 추어볼걸

*****
교수님께서는 이 시에서 "말이 먼저 보인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말은 있는데 시적인 말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신 듯합니다.
숨바꼭질은 술래와 달빛이 하는 것이겠지요?

동시풍의 이 시를 저는 외람되이..... 이렇게 쪼개 보았습니다.
1) “달빛 허옇게 쏟아진/ 텃밭 가”에 해바라기가 피었습니다. 이건 화자의 눈으로 읽힙니다. 배경을 묘사해주고 있으니까요.
2) “골바람이 흔들어도 ~~ 고개 꺽었지”는 해바라기의 독백으로 갑자기 시점이 전환됩니다.
3)은 제가 보기에는 “저녁 운동 나온 사람들”이 해바라기 밭을 살피며
“누가 분탕질하나 두리번거리”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래 행과 연결이 잘 안 돼서 시인의 말씀처럼, 해바라기가 화자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긴 듭니다.
저는 저녁 운동 나온 사람들이 피식 웃은 것으로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모호한 일입니다.
해바라기가 운동 나온 사람들이 분탕질할까 봐 두리번거린다는 말이라면
사람들의 분탕질에 대해.......
해바라기에 이입된 시인의 세계관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게 뭔지는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다만 해바라기는 (사람들을 쳐다보다가) 눈을 돌려
“달빛에 눈이 부셔/ 피식 웃었다”고 합니다.
눈이 부신데 왜 웃었을까요?
시인은 말씀하고 싶은 게 있을 텐데 독자에게는 전달이 잘 안 됩니다.
첫 연에서 “달빛 허옇게 쏟아진/ 텃밭”에서 숨을 줄도 아는 해바라기였다면(이것도 해바라기의 시점이라면 말입니다.)
사람들을 두리번거리다가 그만 달빛에 눈이 부셔, 웃다가, 죽어버린 해바라기가 됩니다.
4)는 정말이지 해바라기의 독백 같습니다. “웃다가 죽게 되다니,/ 이우는 조각달 타고/ 한바탕 춤이나 추어볼 걸”

오독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웃다가 죽게 돼서 아쉽다는 뜻일 테고
(한바탕 열렬하게 춤추듯) 살고 싶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는 보람 있게 살고 싶었으나 달빛에 눈이 부셔 그만 죽게 되었다?’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제 독해력이 짧음을 용서하십시오.ㅜㅜ
시점이 충돌하는 것은 화자의 감정이입이 해바라기에게 몽땅 투사된 것이 아니어서 그런 듯 싶기도 합니다.
혼자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시인의 산뜻한 서정에 저도 동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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