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안내 > 정겨운속삭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정겨운속삭임

|
20-05-25 16:29

87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안내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뵌 지 오래 됐습니다.
가내 무탈하시리라 기대하오며
877회 정기모임을 갖고자 합니다.

일시 : 2020년 6월 9일(화) 저녁 7시
장소 : 인더가든 커피숍(반월당 화랑골목 053-252-1517)

모쪼록 잘 익은 시 한 편씩 준비해 오셔서
이진흥 교수님과 함께
시의 성찬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홈피에 구경오신 분들께도 문이 열려 있습니다.


**********

늦게 온 소포

고두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 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몇 개 따서
너어보내니 춥을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리라'

헤쳐 놓았던 몇 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을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ㅡ 고두현, 『​늦게 온 소포』(민음사, 2017) 중에서

'작은 따옴표' 속의 내용은 고두현 시인 어머니의 손편지로서
택배상자 속에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529 안부 정정지 이름으로 검색 2020-07-28 368
6528 답변글 <안부에 대한 토론>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29 391
6527 담배 한 개비 태우는 동안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7-27 396
6526 답변글 877회 시토론-티그룹 통화로 논의한 내용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29 742
6525 카톡에서의 시 토론 ㅡ조르바의 <편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265
6524 답변글 카톡에서의 시 토론 ㅡ조르바의 <편지> 이오타 이름으로 검색 2020-07-18 668
6523 답변글 교수님의 맑고 따뜻한 손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9 470
6522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 하이디님의 <아깝다> & 서강 님의 <사월의 보폭>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429
6521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이규석 선생님의 <귀향>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215
6520 답변글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이규석 선생님의 <귀향> 이규석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7-24 211
6519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 하이디 님의 <바이올렛 또는 분홍빛 새벽>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496
6518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이규석 시인님의 <엉겅퀴>에 대해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411
6517 답변글 카톡에서의 시 토론ㅡ이규석 시인님의 <엉겅퀴>에 대해 이규석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7-24 170
6516 능소화 / 나태주 시인 & 이원규 시인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7-16 196
6515 동백꽃 피는 소리 외 1편-박금아(수필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6-21 397
6514 달빛사-전윤호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6-20 140
6513 87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연기합니다.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6-17 143
6512 우리 시대의 더위(이재무)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06-13 598
» 87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안내 인기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5-25 1155
6510 답변글 877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안내--연기되었습니다.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6-11 241
6509 소리/ 심보선 인기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5-24 1051
6508 오월 (피천득)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05-07 247
6507 답변글 오월 (이용호)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05-08 419
6506 아무도 보이시지 않아서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23 231
6505 지난 2~3월 사이의 일을 시로 써 봤습니다.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21 236
6504 옛 애인의 집-이원규 시인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15 228
6503 답변글 옛 애인의 집-우리집?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05-03 249
6502 답변글 봄봄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5-11 203
6501 답변글 환장할 봄, 핀 꽃이여!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05-14 136
6500 100년 만의 코렉터(corrector)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10 204
6499 답변글 100년 만의 코렉터(corrector)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10 510
6498 구들목 (박남규)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04-04 433
6497 사막쥐를 보내다(수정)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4-03 399
6496 봄날, 집을 보다/장철문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3-19 250
6495 두 사람/이병률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3-19 142
6494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 (신동호)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03-02 997
6493 진지한 낯선 이야기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19 454
6492 답변글 진지한 낯선 이야기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22 252
6491 너의 눈 속에 나는 있다ㅡ허수경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05 217
6490 반칠환 시인의 <한평생>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02 304
6489 876회 정기 모임 후기 인기글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1-29 1244
6488 답변글 876회 후기를 읽고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01-30 476
6487 답변글 나도 세배^^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02 160
6486 답변글 고쳐봤습니다-동인들께 숙제2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05 407
6485 답변글 고쳐봤습니다-동인들께 숙제2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06 266
6484 답변글 교수님의 높이 든 손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2-07 14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