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876회 정기모임 후기>
- 2020년 1월 28일 (넷째 주 화요일) 저녁 7시-
참석자: 이진흥 교수님
전영숙, 정정지, 곽미숙, 한순임, 이규석, 박수하, 정해영, 남금희(8명)
1) 「젖은 불」(정해영)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불도 젖을 수 있다니, “할머니의 모나지 않은 말씨와/ 느긋한 동작”이 “젖은 불” 같다는 것. 활활 타지는 않고 아직 꺼질 리는 없고, 삭아가는 불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씀. ‘젖다’라는 의미를 교수님께서는 유리구슬을 물에 담갔을 때를 예로 들어 “젖어 빛나는 것”의 아름다움을 설명하셨다. 물속에서 더 크게 보이고 뚜렷하며 윤기(潤氣)가 나는 유리구슬의 모습. 눈을 깜빡이며 생각해 보다. 빛은 광명한 밝음이지만 윤기는 반짝거리는 밝음일 수 있다고 하신 듯. 빛과 불..... 할머니의 친화력과 포용력, “오롯하고 여린 생명을/ 핥고 있”는 빛의 느낌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하심(칭찬, ㅎㅎ).
金木水火土! 예컨대, 물과 불은 상충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모순적인 사태를 잘 결합시켜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다면, 시는 논리를 넘어서는 신선함을 준다고 하심.
2) 「너를 위해」 (전영숙)
이타심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시라고 평가받음. 『사피엔스』(유발 하라리의 저서)에서도 말하기를, 인류 조상의 변천사에서 네안데르탈인보다 사피엔스족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도 바로 “너를 위해”라는 일종의 이타정신이 집단(사회)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서로 기대어 너와 함께 살아가기, 너와 함께 젖기, 그 정신은 이타자리(利他自利) 즉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내가 이롭게 되는 것이라는 따뜻한 휴머니티! 그것이 이 시에 나타나 있다고 하심.
“어깨를 움츠린 나무들/ 미안할까봐/ 밤새 때리는 비가 미안할까봐”에서,
가운데 행의 “미안할까봐”에 대해,
시인이 슬쩍 행을 나누었길래 그 애매성에 대해, 그것이 시적 의미를 더 자극할까에 대해 모두들 한 마디 두 마디...
결국 시인의 깊은 뜻이 있었음을 알게 됨.^^
영화 <스팔타커스>(1편)에서도 모두가 모두를 도우는 그런 이타심이, 살아 있는 고통을 이기게 하는 힘이었다고, 교수님께서 역설하시다.
3) 「점 하나 찍고」 (곽미숙)
“떡국 한 그릇에/ 마주 앉아/ 한 해를 다 풀어놓는다”를 첫 연으로 올리니 점 찍고 싶어하는 시인의 의도를 공감할 수 있게 되다. 이만큼 살아냈다는 의미 부여가 점을 찍는다는 것으로 처리된 것. 유장한 세월의 역사가, 아래로 또 아래로 강물처럼 흘러, 어른들은 조상으로 가 앉으시고, 우리도 어른으로 늙어가고 젊은이들도 명절 쇠고 철들고 그렇게 점들을 찍고 한 페이지씩 넘어간다는 말씀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점을 찍는다는 건/ 한 발을 내딛기 위한 몸부림”이긴 한데... 인생이 고해라는 시선을 좀 더 진지한 표현으로 둘러말하자고 조언. 고대 그리스에서는 비극(tragedy)이라는 단어의 뜻이 ‘진지함’이었다고 교수님께서 일러주심. ‘점 찍는 일’을 조금 시각을 달리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흥건하다’의 쓰임새도 배웠습니다.
문학성을 이야기 할 때 전형성이나 개성, 보편성 등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합니다. 다양한 독자층의 공감을 유도하려면 시어 선택에 있어서도 보편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환기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그 위에 개성을 입혀 놓아야겠습니다.
4) 「토정비결」 (이규석)
벌레 먹은 나뭇잎을 시인은 유심히 봅니다. 그것은 상형문자였고 곧 주역의 팔괘 같기도 했나 봅니다. 해석은 화자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갑니다. “좋아도 좋다 말고 싫어도 싫다 말고/ 올 한 해”를 그렇게 살라고 말합니다. 시인은 의미를 읽어내는 사람이니까, 같은 사물이라도 새롭게 읽어낼 수 있다면 좋은 시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예컨대, 태양이 바다에서 솟는다고 생각하거나 산 밑에서 솟아난다고 생각하거나 간에 이러한 시각은(과학적인 시시비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선행된 상황이나 문화, 환경 등의 차이에 기인하는 문제여서, 이를 이해하고 읽어내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 성경에서 요셉은 꿈의 언어를 잘 읽어내어 애굽의 국무총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예.
교수님께서는 조광조의 ‘주초위왕’ 얘기도 잠깐 하셨습니다.(세상에나! 그 짧은 시간에! ‘走肖爲王’까지 떠올리신 교수님의 추리력!)
인터넷을 쳐봤더니...... 조광조가 왕이 되려 한다고, 그것을 나뭇잎에다 꿀을 찍어 써놔서, 그걸 벌레가 파먹게 한 다음, 왕에게 보여줬다는 역사적 팩트(?)가 있더군요. 시인도 상형문자 단풍잎을 주역의 팔괘로 척, 해석하시니 달성공원 앞에 돗자리 깔고 앉아도 할 말이 막히지 않을 듯....
스토리는 텔링의 힘입니다.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 변방에서 돌 하나를 발견해도 서로 자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서로 자기네 유적이라고 각종 유사자료들을 끌어와 연관성의 고리를 만든다 합니다. 텔링을 잘하면 역사가 새로 쓰이기도 합니다.
5) 「행인」 (남금희)
시간적으로 혼란이 있다는 지적! 과거의 일인가 현재의 일인가 시제를 통일할 것!
남의 사과밭에는 왜 들어갔누!!!
나와 세계는 찰나에도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 하지만 세상에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로 가득.
공들여 사는 일도 다만 지나가는 일에 불과하다는 게 제 생각.
왜 제 시에 대해서는 제가 받아적지 못하는지 모르겠어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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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시인이 보여준 대로, 지금이 <입춘 무렵>에 해당하네요.
한순임 선생님도 공원에는 벌써 수목들이 눈 뜨고 있다고 하셨지요?
오늘 그 말씀을 기억하니, 공기나 대지가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모임은 어제였는데, 후기를 오늘 늦게 올립니다. ㅜㅜ
밤에 돌아오면 일단 무조건 드러누워야 합니당.
아침에는 어제 일이 기억나지 않아 또 무조건 서둘러 학교 갔다가....
통곡할 정도로 빨리 가버리는 시간 앞에서 점심 때를 놓쳤다가....
지금은 게슴츠레 조는 시간입니다.
회장 일은 처음부터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되니까,
회장이 게으름 피우면 동인들이 애가 타서 부지런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부끄부끄!!^^
간식을 제가 다 몰수해 와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는데요,
지난 번에 남은 과자류를 이번 모임 때는 가져가지 못했네요.
앞으로도 이런 실수가 반드시, 자주 자주 있을 터인즉
우리 만나는 날의 간식은 "지때 지때" 그날로 땡 처리 해야겠습니다아~~!
이전 회장님들도 그렇게 하신 걸 아는데, 제깐엔 짠돌이 정신으로 살림을 살아보겠다고...ㅎㅎ, 낭패!
가방 들고 오실 때 약간 비워서 오시지요.
호주머니 큰 옷을 입고 오시거나...
먹고 싶은 과자 있으시면 기왕지사, 알려 주세요.(맥주에 육포?)
이제 잠 깨워서 집으로 내달려야겠네요.
2월 11일(화)에 또 뵙겠습니다.
건필 건승 하시기를 바라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