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보며
참 이상하다. 요즘에는 떨어지는 낙엽에 더 눈길이 간다. 피부가 헤져서 검버섯 핀 얼굴로 뼈마디가 드러난 가지에서 손을 놓는......한 때 언 뺨을 녹여주던 봄의 입김과 가슴을 울리던 맑은 새소리 혹은 여름날의 우레와 벌레들이 남기고 간 이빨자국 때문일까. 오후의 산책길에서 바라보니 어린 열매 가려주던 힘 다 풀고 이제 가을햇살 속으로 몸을 던지는 저 모습이 서쪽 하늘 물들이는 놀빛처럼 눈물겹다.
잠잘 때 나는
어디 있었나? 꿈속에서 나는 꽃구경하러 과수원 언덕을 오르는 나를 본다. 과수원 언덕에서 꽃구경하는 나를 바라보는 나는 어디 있었나? 잠깨어 잠깐 꿈 바깥에 나왔다가 다시 눈을 감으니, 보인다 저기 꽃구경하는 내가 안개처럼 피어 올라 과수원 언덕 위로 흩어지는 게......일어나세요! 아내 음성에 화들짝 눈을 떠보니 이상하다. 나는 어디 있었나?
(계간 문학과 창작 겨울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