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오늘은 49재
부재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이얼 4를 길게 누르면
나의 ‘여왕’은 여전히 출타 중이다
엄마의 오솔길엔 찔레 향기 깊어지는데
바람은 솔숲 사이로 머플러처럼 휘날리는데
슬픔 조아리는 텃밭엔 생전生前이 피었다 지고
나의 여왕은 즐겨 앉던 의자를 이렇게 오래 비워두고
은수저 저 혼자 달그락거리는 아침
단축다이얼 4를 누르면
내 귓바퀴 속으로 두런두런 걸어오는 음성, 돌아보면
물안개 너머로 아득해지는
강 건너 저쪽으로 새 한 마리 날아오르고
하루에도 몇 번씩
도무지 닿을 수 없는 결번의 얼굴을 눌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