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 / 박형준
논둑에 앉아 산수유를 바라봅니다
얕은 구릉에 무리져 핀 산수유가
논바닥 웅덩이에 비칩니다
빛이 꽃 그림자에서 피어납니다
저쪽에서부터 농부가 황소를 몰고
생땅을 갈아엎고 있습니다
논바닥 웅덩이가 흔들립니다
땅에서 향내가 솟구칩니다
소발굽에서 물집 잡힌
저 산수유꽃 그늘
이런 아침에 당신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산간마을의 봄빛이 저만큼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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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오직 나를 통해서, 나의 개인적인 시선, 내가 그 풍경에 부과하는 관념과 감정을 통해서 아름다운 것이다”
눈에 늘 보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를레르는 나의 개인적인 시선 내가 부과하는 관념과 감정을 통해서 풍경은 아름다운 것이라 말합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과연 그렇구나 싶습니다 늘 바라보고 느끼는 풍경에 언제나 내가 개입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봄날의 풍경이 아름다워 감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감탄한 나로 인해 풍경이 아름다운 것임을... 오래된 고정관념을 뒤집어 보는 밤입니다 오직 나를 통해서 나의 개인적인 시선 나의 관념과 감정을 통해서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이 곧 시라는 것도 알겠습니다
물빛님들 봄날 저녁 7시 인더가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