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환갑이 지나도록 나는 내가 돌인 것을 몰랐습니다. 돌은 언제나 내 앞
에 놓인 대상일 뿐이었지요. 일흔이 넘어서니 어렴풋이 돌은 대상이 아니
라 바로 나 자신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돌이 슬그머니
구름에 스며서 오이산 넘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새벽에 누워
아내의 젖꼭지를 만지며 이 소중한 사람과 언젠가는 헤어질 죽음을
생각한다. 목이 뜨거워진다. 눈을 감으니 구름이 섞였다 흩어진다. 흩어
지면 어디로 가나? 본래 없었으니 가는 곳도 없고 텅 빈 하늘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내 손을 밀어내고 일어난다. 나는 돌아누워 가만히
눈을 뜬다. 커튼 사이로 보이는 마당의 모과나무가 그냥 거기 그렇게 있
다. 자세히 보니 젖꼭지의 감촉이 가지에 묻어서 글썽이고 있다.
(계간 문학과 창작 가을호에 실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