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고영민)
아버지가 병실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나갈 수 없는
밖이었다
끝없이 쏘다녔던
밖이었다
밖을 내다보니 어느 새 가을 입니다 계절은 북소리를 울리며 개선 장군처럼 오는 것이 아니라 오는 듯 모르게 찾아 옵니다 하늘이 높아지고 더 푸르러졌습니다 높은 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왠지 맑아 집니다 꿈이 생깁니다 우러러 보는 마음, 고매한 인격을 보듯 가을은 이곳 저곳 뜯어볼 곳이 많은 계절입니다 인격을 갖춘 사람같은 가을 에는 모르던 것을 알게되고 잘보이는 것을 덮어주는 깊은 성찰의 시간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사람같은 가을, 가을같은 사람 옆에서 한 계절이 든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