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8년 4월10일 (둘째 화요일) 저녁7시
장소 인더가든
준비물 시 한 편
호박 / 이하석
비탈로만 기어올라 돌담 위에 전신을 뉜 비루한 삶이
피우는 꽃들이 어찌 저리 큰가? 끝가지 일관되게
그 노란 꽃의 논리를 따라 뻗치전 여름. 그 여름이 이룬
역사의 무늬와 힘줄이 호박의 겉과 속을 밝게 지펴놓는다.
할머니는 그 거대한 열매의 꽉 찬 속을 거슬러 오르내리는
길을 안다. 구덩이를 파고 스스로의 똥으로 채운 그 위에
씨를 놓고 흙으로 덮는 것으로 자신의 꿈의 서사를 펼쳤으니,
저 까칠까칠한 호박 넝쿨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당신의 생의
탯줄이 뻗어나온 길을 되짚어 볼 수 있으이라. 그렇게 익은
누런 금빛 사상을 툇마루에 덜렁 놓아둔 게 참 당당하다.
*
밝은 봄날이 펼쳐진 둘재 화요일 아침입니다
나달 나달 다 닳아 없어진 시를 품고 오실 물빛님들!
저녁 7시 인더 가든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