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베고 불처럼 번져가는 아픔이었다
그렇게 그를 여위었다
마지막으로 함께 간 강가의 둥근 모래 밭에는
어린 포풀라가 송곳처럼 자라고 있었다
금호강물이 단발머리 찰랑이며 저녁 빛살에 뜬금없이
피라미를 쏘아 올렸다
그는 바람잠바를 벗어 그물처럼 엉킨 포풀라 그늘 아래
병든 닭 같은 그녀를 눕혔다
세월이 노을 속에 붉은 강이 되어 철벅이고 있었다
가슴에 시멘트를 바르고 벽처럼 그녀가 주저앉았다
하늘이 검은 포데자루로 세계를 덮었다
유리조각처럼 떨어지는 별들
부리가 날카로운 불면이 해를 쪼았다
그녀가 납작해지고 쏴쏴 바람이 불고
굵은 기억들이 빠져나와 우레에 닿아 쩍쩍 갈라졌다
그녀 눈 앞에서
까마귀 연미복을 빌려입은 그가 날아갔다
깊게 패인 그녀 눈 속에는 그가 없다
기억 저장소에
희끔 떠오르는 낮달처럼
눈을 뜨고 죽은 시간들이 고인돌처럼
무게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