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 오늘 저녁 7시
장소: 인더가든
준비물: 시 한 편
벌써 1월이 갑니다.
올 해 계획한 일 잘 되어 가고 있으신지요?^^
저는 요즘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긴장이 풀어지고 있는 듯 해서 걱정입니다.
열심히 시를 써야 되는데 ...
다시 한 번 달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하이디님께 과분한 선물을 받고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어리둥절 좌충우돌 실수만발이었던 부족한 회장이었는데
한해 동안 고생했다며 과분한 선물까지 챙겨주시는 하이디님 정말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글을 쓰라는 격려겠지요. 열심히 시 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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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에 백일홍을 심다
장옥관
무논에다 나무를 심은 건 올 봄의 일이다
벼가 자라야 할 논에 나무를 심다니, 아버지가 아시면 크게 혼이 날 일이다
수백 년 도작한 논에 나무를 심으면서도 아버지와
한마디 의논 없었던 건 분명 잘못한 일이다
하지만 아버지도 장남인 내게 일언반구도 없이 여길 훌쩍 떠나지 않으셨던가
풀어헤친 제 가슴을 해집던 아버지
손가락의 감촉을 새긴 논은
이제 사라지겠지만 남풍에 족보처럼 좍 펼쳐지던
물비린내 나는 초록의 페이지 덮고
올 봄엔 두어 마지기 논에 백일홍을 심었다
백일홀 꽃이 피면
한여름 내내 붉은 그늘이 내 얼굴을 덮으리
백날의 불빛 꺼지고 어둠 찾아오면 사방 무논으로 둘러싸인 들판 한가운데
나는 북 카페를 낼 것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북 카페를 열 것이다
천 개의 바람이 졸음 참으며 흰 페이지를 넘기고 적막이 어깨로 문 밀고 들어와 좌정하면
고요는 이마 빛내며 노을빛으로 저물어 갈 것이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활자 앞에 쌀가마니처럼 무겁게 앉아 아버지가 비워 두고 간 여백을 채울 것이다.
무논에 나무를 심은 일이 옳은지 아닌지 그것부터
곰곰 따져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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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면서 저도 땅이 있다면 나무를 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시를 읽고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날이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