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손이 따른 술잔에
초저녁 어두움이 몰려오고
전등은 숯불처럼 발갛게 탄다
어둔 창문 밖 별들은 하나둘 반짝이고
아카시아 하얀 꽃잎에 향긋한 미풍이 일어난다
화투놀이에 열중하다가도
방안을 서성거리며 라디오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신비로운 가락에서 울려나와
장미의 고혹한 아름다움으로 풀려나거늘
사랑하는 그대 또한 심신에 닿으면
나는 말할 수 없는 지복에 몸을 떤다
목욕에서 갓 나온 그대 풋풋한 신선함이여
그대 아름다움은 장미 혹은 안식향 내음에서
밤 기도와 찬송가 소리처럼 순수하고 정직하다
보라 투명한 보석 여름밤 현란함을 장식한 별들도
그대 앞에 내려오면 제대의 촛불처럼 흐려지고
그대 우아한 손으로 따른 황금 술잔에 빠질 수만 있다면
나의 영혼은 쾌락의 무궁한 바다를 헤엄쳐간다
마치 시계 속 반딧불, 빛을 모으며 날아오듯
진홍의 그대 심장 파닥이는 소리로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