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4년 10월 14일 둘째 화요일
장소 : 인더가든
참석 : 이종희(손님), 이진흥, 이재영, 정정지, 차재희, 고미현, 김세현, 장희자, 전영숙, 박경화
토론 : 혼(이재영), 하중도(정정지), 섬말나리(고미현), 푸른 구명(전영숙), 나이(박경화), 현존, 행복(서경애)
회장님, 친정아버님 제사는 잘 모셨는지요?
혹시 물빛 모임이 걱정이 되어 찌짐을 다 태우거나 나물을 다 쫄아붙게 볶은 것은 아닌지요? 그랬더라도 아버님께서는 맛있어 하시며 회장님의 정성을 고마워하고 흠향하셨을 것입니다. 쓰고보니 저도 친정아부지가 많이 그립네요. 멀리멀리 이사가신 우리 아부지, 편지 쓰기와 우표 모으기를 가르쳐주신 아부지...
어제 모임에 회장님이 안 계시니 퍽 허전했습니다. 늘 듬직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켜주셨지요. 저는 오랜만에 나가니 그토록 오래 봐온 분들이 지겹기는 커녕 반가워서 깜짝 놀랐어요. 다 잊어버리고 모른 척할 줄 알았거든요.
손님으로 오신 이종희 님은 황간에서 온 분으로 이오타 님께 시를 공부하신 분이셨어요. 중후함과 함께 친근한 모습이시고 성함과 달리 남자분이랍니다. 기차를 타고 오셨다는데 계속 나오셔서 회원이 되시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시를 즐기며 편한 마음으로 함께 공부하다보면 좋은 시도 많이 쓰시겠지요.
작품 토론한 내용은 늘 그렇듯 시의 전문을 올리지 않으니 단편적으로만 쓰겠습니다.
혼(魂) - 산문적 느낌이 많다고 했습니다. 말투, 이미지, 서사의 내용 등이 매우 익숙하여 신선함이 적었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인 것을 타파하고 건너뛰기나 여백을 둬서 시적 맛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중도 - 전체적으로 가을 분위기를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2연을 줄이고 4연을 없애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기도 했습니다. 넓은 시적 세계를 펼쳐놓고 4연에서 벌과 같은 작은 것을 대입하여 시가 축소되고 너무 의도적인 느낌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섬말나리 - 4연의 표현에 모든 분들이 의아해 하였습니다. 수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울릉도 토박이라는 섬말나리만의 특징을 살려 시화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푸른 구멍 - 상상력은 근사하나 제목이, 제목으로 오기 힘든 이미지란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제목에 대해 좀 더 고민한다면 더욱 좋은 작품이 될 것입니다.
나이 - 깨달음의 선시 같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좀 더 칼끝 같은 예민함이 깃든 구절이 있었으면 하셨습니다.
현존, 행복 - 묘사된 장면이 많아서 복잡하고 긴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작가의 판단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예: 나긋하다, 싱그럽다 등).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신사께>란 표현은 묘사한 사람의 입장이므로 <신사에게>로 바꾸어야 한답니다.
회장님, 간단하게 후기를 써보았습니다. 시는 뭐가 그리 까탈스러운 게 많은지...무조건 잘 썼다고 하면 어디가 덧나서 며칠씩 입원해야 하는지...늘 그렇고 그런 토론이지만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이어가는 물빛 동인들이 그저 징그럽고도 장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