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 708회 물빛 정기모임입니다
시간 : 2012년 12월 11일 둘째 화요일 오후 7시
장소 : 인더가든
오래된 책 속에 고래가
김서은
한 가지 생각만으로 당신의 몸을 오린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 신부같이
조각난 나비들이 온몸으로 스며드는지
흘러내린 허공이 한 뼘씩 깊어지고 있었다
녹아버린 생각들 백만 년 전에
화석이 되어버린 듯
나는 아직도 너를 찾고 있는 것일까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바다가 일렁인다
속삭이는 짧은 혓바닥이 없으므로
이곳은 아득하다
무심하게 당신의 나라로 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당신의 희고 빛나는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최초이거나 최후에 지느러미들이
둥둥 떠 있던 시절이었던가
눈이 없는 것들이 바다를 건너가던
몸들을 불러 세운다
가닥가닥 햇살을 풀어놓은 가을이 갔다
입이 없는 것들이 몇 겹 허공 옷을 껴입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기로 한다
아버지는 오래된 책을 덥고
긴 여행을 떠나기로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