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 2012년 11월 27일 넷째 화요일 오후 7시
장소 : 인더가든
오늘은 물빛 29집 퇴고 하는 날,
참석하셔서 작품을 다시 세밀히 훑어보시기 바랍니다.
조울 노트
김서은
여러 권의 노트를 펼쳐보듯이 오늘의 노트 위에
새 한 마라 키운다
아무 숲에도 이루지 못한
어둠 저편에서 날아오른다
새들새들한 새의 날들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나의 귓바퀴를 핥던 너의 입술은
창틈으로 빠져나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리고
내게서 가장 멀리 달아난 골목 끝에서
너를 놓쳤다
구름이 또한 구름을 삼킨
휑한 자리엔
깃털 날개들이 자욱한데
그 자욱한 안개 속을 펼쳐 보이자
그런 밤이면 텅 빈 별에서 아이들 웃음소리
콜타르처럼 찐득거리고
엉킨 머리칼이 가슴속 검은곰팡이같이
삭아 내리고 있다
그림자는 어디에 묻고 왔을까
시큼한 오줌 냄새를 풍기면 편백나무 책장 속에서
새 한 마리 새 두 마리,
밤새 내 안의 가지들을 흔들고 있다
한 잎 한 잎 찢어지는 입술들
오늘의 노트 위에 새 한 마리 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