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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문학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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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장하빈 선생님 내외분과 물빛 회원들이
합천 영상테마파크에서 선생님 내외분과 합류하여 영암사지에서 두칠님을 만났다.

영상테마파크에서 영암사지로 향하는 차창 밖으로 황매산의 병풍 같은 산새가 펼쳐졌다. 산새는 시선을 자꾸 차창 밖으로 향하게 했다. 좁은 찻길을 굽이 올라서 영암사지에 다다랐다.
좁은 길과는 사뭇 다르게 평평한 초원처럼 고르게 터가 잡혀있었다. 계단형 축대에 형성된 절터는 기둥이나 벽이 세워져 있던 흔적만 남아있었다. 선생님께서 실제 건물처럼 상상하면서 둘러보라는 말씀에 머리 속으로 절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니 대웅전의 터가 그다지 크지 않은 듯하였다. 모산재를 등지고서 쌍사자석등 앞에서 아래로 바라본 경관이 아주 멋졌다. 왜 하필 그 자리에 쌍사자석등이 있었던가에 대한 의문이 풀릴 정도로 장관이었다. 쌍사자석등 앞의 돌계단은 통바위를 깎아서 만들어졌다. 시간의 흐름은 디딤 계단의 폭을 좁혀놓았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갈 때는 발을 옆으로 해서 넓이 방향으로 디딤 계단을 디디게 했다. 홍수에 대비하여 축대의 중간 중간에 돌출된 큰 돌이 축대마다 여럿 있었는데 아직도 조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두칠님께서 다시 설명해 주시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북의 모습을 하고 있는 비의 받침돌인 귀부가 호위병처럼 지키고 있던 소나무 숲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자연과 더불어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작품을 토론하였는데 토론 중간 중간 모산재를 바라보며 그 운치에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정은 그곳에서 오래 머무르지 못하도록 재촉하여 합천댐 물문화관을 둘러본 다음 선생님 댁으로 곧장 갔다.
선생님 댁이 가까워지자, 지난해 없었던 창고가 불을 뗄 수 있는 아궁이가 있던 쪽으로 창고가 증축되어 있었다. 거기다 테라스 밑 앞마당에는 잔디가 심겨져 있었고 텃밭에는 여러 가지 채소가 골고루 자라고 있었다. 과일과 차를 마시며 잠시 선생님 댁에 머물렀다가 산책을 따라나섰다.
선생님 댁에서 왼쪽, 소나무 세 그루 위로 떠오르는 달의 경치가 아주 좋다고 말씀하셨던 곳으로 올라갔다. 선생님께서 소요와 묵상의 시간을 가지실 그 산책로를 따르면서 아직은 사람의 발자취를 느낄 수 없었다. 언젠가 그 길도 시간의 흔적이 남겨지리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걷다보니 등줄기로 땀이 느껴질 때 마을과 연결되는 길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장하빈 선생님께서 선생님께 “이곳은 저희 집 동네 소나무 숲의 소나무보다는 수령이 좀 덜 된 것 같습니다.” 장하빈 선생님께서 집 앞의 숲을 자랑하시기에 나는 속으로 자랑하면서 걸었다. 우리 집이 20층이니까 건물 대비 정원의 크기를 가늠해 보면 적어도 우리 집에서 보이는 산, 몇 겹으로 겹쳐져 있는 능선이 정원이 되지 않을까. 기뻤다! 내가 속으로 이렇게 쾌재를 부르고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으니 더 기뻤다. 혼자 좋아서 실없이 웃으며 걷다보니 선생님께서 발견하신 장관인 곳에 다다랐다.
산자락은 땅으로 내려앉은 듯, 산이 품어놓은 그 자락에 마을이 층층으로 펼쳐져 있었다. 서산으로는 노을이 산등성이에 머물러 있고 마을 앞으로 강물이 흐르는 그곳, 그곳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신성한 곳에 발을 디뎌야만 볼 수 있는 곳 같았다. 똑같은 길을 다시 밟고 가더라도 찾을 수 없는 곳, 아쉽게도 그곳에서 되돌아와야만 했다.
되돌아오는 길은 지인들과 여럿이 함께 소요하며 거닐 수 있는, 루소의 숲으로 들어서기 전 폭이 넓던 그 길만큼 넓었다. 선생님의 지인이신 꿈 선생님이 닦아놓으신 길은 선친의 묘소까지 벌초를 다 해놓았다. 풀을 베는 칼날은 여러 번 스쳐간 흔적을 남겨놓았다. 잘게 깎인 잔풀들이 길 위에 그대로 남아 걷기에 푹신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산에는 밤나무들이 많은 곳이라 밤송이가 쩍 벌어져 알갱이들이 나쁜 손으로 만들려하고 있었다. 길 가장자리에는 밤송이의 쭉정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길을 벗어나 지난 해 밤 서리(시골에서 자라지 못한 나는 이 ‘서리’라는 낱말이 참 정겹고 따뜻하게 여겨진다)했던 길로 해서 선생님 댁에 도착했다.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사모님과 물빛님들께서 이미 차려놓아 간만에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고 일정에 맞춰 달 밟기에 나섰다.
가을이 익어가고 있던 들판도 멀리 있던 산도 무채색으로 달빛에 형상을 드러내놓은 밤길을 거닐었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물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리어 물살에 눈이 가게 되었다. 낮이면 눈이 먼저 간 다음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데 밤은 소리에 우리를 더 열어놓게 만든다. 물살은 두 갈래의 길로 흐르다 합류하게 되니 서로를 거칠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거친 소리도 잠시 흐르다 고요하고 잔잔하게 제 갈 길로 흐르고 있었다. 잠시 내가 흘러가고 있는 지점에 머물러보면서 타인들과 나도 이렇게 고요하고 잔잔하게 소통하고 있는가에 대해 묵상의 시간을 거닐기도 하였다. 그러는 사이 달빛에 눈은 더 밝아져 우리가 걷고 있던 길의 작은 돌멩이들조차 또렷이 보였다. 익숙해지면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지듯 달빛의 밝기에 익숙해진 눈은 모든 사물을 선명하게 구분해 낼 수가 있었다.

사모님, 장하빈 선생님 내외분, 그리고 두칠님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두칠님 댁으로 우리 물빛님들과 나들이 가기를 희망합니다. 두칠님께서 손수 만드신 집 정말 구경하고 싶어요. 두칠님 사진으로라도 좀 올려주시면... 제가 집에 관심이 많아서 건축기능사 자격증도 따지 않았습니까.


*사모님께서 얼마나 푸짐하게 음식을 준비해 주셨는지. 묵은지 김치찌개, 오리고기, 간장에 절인 깻잎 등 사모님 힘드실까 봐 음식 준비를 했었는데... 사모님 감사합니다.
*목력님 떡과 닭 요리 그리고 반찬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께서 다 준비하셔서 요리는 맛보지 못했지만 익히 목련님의 솜씨를 물빛님은 알고 있기에 정말 감사합니다.
*로즈윈님 과일 다 씻으셔서 바로 먹을 수 있게 대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제 자랑 한 마디, 아침에 파프리카와 피망을 고르게 썰고 소스를 만들었답니다. 한가위 때문에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 빠진 재료도 있습니다. 별 준비 안 하고 제 자랑이 제일 길어버렸네요.

제가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는 상황이 안 되어서 문학기행을 이렇게 늦게 올렸습니다. 모든 분들께서 걱정하실 것 같아... 장하빈 선생님과 두칠님께서 사진 올려주신다고 약속하셨는데...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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