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 2012년 9월 11일 넷째 화요일 오후 7시
장소 : In the garden (252-1517)
달의 수레바퀴 끌고 간(이 시는 합천 선생님 댁에서 먼저 만났던 시입니다)
장하빈
외양간 옆 감나무 가지에
달이 덩그러니 걸렸다
집 나간 송아지 찾아오라고
휘영청, 등불 밝혀 놓은 거다
한밤중 텅 빈 외양간에
달빛 주르르르 흘러들었다
이 집에서 늙은 저 달,
쇠잔등 타고 놀던 그때가 몸속에 사무쳤던 것
달은
꼬두레 꿰인 소의 그렁그렁한 눈망울 닮았다
그믐 지나 달그림자 보이지 않았다
어미 소가 달의 수레바퀴 끌고서
먼 길 떠나고 나서였다
매달린다는 것
바람벽에 걸린 시래기 한 두름
섣달그믐 찬바람 속
바스러져 내리고
기둥머리 달랑대는 키 하나
쓰르람쓰르람
싸락눈 까부르고
매달린다는 건
저, 허공 속
적막의 둥지 하나 트는 일
언덕바지 다락집
그 아스라한 처마 끝 빙주氷柱처럼
나도 시詩에 매달리고
빈 개밥그릇
산동네 구름 죄다 마당에 불러들인 빈집, 빈 개밥그릇 지키는 개 한 마리 제 그림자 물고 빙빙 돌고 있다.
몇 해 전 바깥주인 세상 뜨자 남은 가족들 새 아파트 둥지로 옮겨 가고 적막한 그늘만 수북이 쌓여 가는 마당 한쪽, 지은 죄도 없이 쇠고랑 차고 옥살이하는 저 견공!
첫해는 주말마다 가족들 면회오더니, 이듬해부턴 바람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번갈아 담 넘어와 빈집털이하고 갔다.
허, 우리네 상팔자 와 이리 되었는고?
언덕빼기 돌아앉아 누옥에 거처하는 스님 한 분, 성긴 눈발 데리고 와서 개밥그릇 채워 주며 허공중에 화두 던지고 갈 뿐.
흰 옷자락 펄럭이는 눈보라 스칠 적마다 꼬리 치며 오체투지 다가서는 저 수행자, 오늘도 빈 개밥그릇 요리조리 굴리는 중이다.
부지깽이 전언傳言
아궁이에 군불 지피면 안다
불길과 연기 내통하는 길 있다는 것을
참나무 장작 꾸역꾸역 밀어 넣으면 안다
구들장 아래 방고래로 불길 보내기 위해서
때때로 바닥에 엎드려 눈물 쏟아야 한다는 것을
방 아랫목 싸늘해진 새벽녘 깨어나
캄캄한 아궁이 들어다본다
산다는 것, 이렇게 검게 속 태우는 일이거나
불구덩이 뚜어들었다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일이라며
산더미처럼 쌓인 죄罪 푹푹 퍼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