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701회 물빛 정기 모임입니다
시간 : 2012년 8월 28일 넷째 화요일 오후 7시
장소 : in the garden(252-1517)
소서
류성훈
누워서 자라왔으니 너는
키가 큰 꿈이구나, 비 오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 서서 들어오지 못하는
제자리걸음이 거기 있었구나
잠 가까이서 들리는 손가락이
끝없고 눅눅한 문을 두드리고
익숙한 외면에 애쓰던 네가
더 외면을 익숙하게 널어놓는 밤
너무 오래 그린 건 그림이 되지 않았다
내가 버린 꿈에서, 조금씩 덧칠로 가린
네가 한 번 더 와 보면서
가늘어질 방법이 없으면서
누울 곳을 찾는다 소리를 붓질하는
그림이 무거운 비를 흉내 내며
자라왔구나 잠 속에서, 그칠 수 있는 것은
덮을 수 없는 곳에서, 물들이 섞이고
한 철
어울리지 않는 키재기만 배운다
비가 너를
기다린 듯 내린다
여름이 젖은 옷을 벗고
기다리지 않은 듯 끊는 말들이
이젠 낯설지 않아야 할 것
늘어진 뼈를 건네면서
더
안고픈 밤이 있었으니
물빛님들 오시는 길,
볼라벤이 수그러져 영영 소멸되어
되돌아가시는 길까지 잠잠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