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입니다, 누렇게 익은 벼가 출렁거리는
들판을 거닐고 싶은 날입니다
모두들 바쁘시죠 그러나 우리는 잠시 마음을 내어
연암찻집으로 향합니다
저녁엔 좀 쌀쌀합니다 따뜻하게 입고 오세요
새로운 작품 기대됩니다
2011,10,11 저녁 7시
경대병원 건너편 연암차집
악보/ 도종환
상가 꼭대기에서 아파트 쪽으로 이어진
여러 줄의 전선 끝에
반달이 쉽표처럼 걸려 있다
꽁지가 긴 새들과 초저녁 별 두어 개도
새초롬하게 전깃줄 위에 앉아 있다
돌아오는 이들을 위해
하늘에다 마련한 한 소절의 악보
손가락 길게 저어 흔들면 쪼르르 몰려나와
익숙한 가락을 몇 번이고 되풀이할 것 같은
노래 한 도막을 누가
어두워지는 하늘에 걸어 놓았을까
이제 그만 일터의 문을 나와
한 사람의 여자로 돌아오라고
누군가의 아빠로 돌아오라고
새들이 꽁지를 까닥거리며
음표를 건너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