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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5 03:45

벚꽃 필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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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꽂 필무렵

돌샘 이재영

출발하는 날이다. 쾌청한 일기에 미풍이 몸과 마음을 어루만진다. 몇 번이나 경주 벚꽃놀이를 시도해도 건천에서 길이 막혀 안타깝게도 청도 쪽으로 목표를 돌려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웬일일지 길한 번 막히지 않고 불국사에 도착했다. 월요일이건만 사람들이 인성만성하고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히 차있다. 벚꽃은 만개했으나 꽃잎 하나 진 것이 없다. 어쩌면 이렇게도 때맞은가? 대웅전에 참배하고 10여 년 만에 불국사를 둘러보니 변한 모습에 세월이 무상하다.
후문으로 나가 꽃길 한 바퀴 돌면서 화사한 꽃물결 속에 서 낭만을 즐겼다. 이런 곳에서는 걷는 기쁨이 최상이다. 넓은 잔디광장에 빽빽하게 서있는 벚꽃광장이 장관이다. 그 속으로 우리 일행도 나란히 걸으며 어린이마냥 기뻐한다. 어른 아이 없이 인산인해 속에서 눈빛 반짝이며 벚꽃향기와 아름다움에 듬뿍 취해 기쁨을 만끽한다. 석굴암 가는 길의 운치가 아련히 떠오르건만 이 절경을 두고 돌아서는 마음 아쉽다.
시내에 벚꽃은 먼지를 쓴 탓일까 시들하지만 토함산 오르는 길가에 꽃들은 신부가 해맑은 계곡물에 목욕하고 금방 나온 듯 청초하고 고와 살며시 안아보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을 나와 보문호 앞 식당가로 달려갔다. 식당도 많지만 차들이 빼곡히 차 있어 간신히 차를 주차시켜 놓고 조용한 식당이 있다는 안내자를 따라갔다. 여기도 방마다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하실로 내려가기에 기분이 상한다. 그러나 지하실이 아니다. 계곡물이 흐르고 바위의 운치가 넘치는 조용하고 낭만적인 우리들만의 특실이다. 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쏴하고 들어와 기분을 맑게 씻는다.
여기 모든 간판은 순두부집이나 음식은 다양하다. 우리는 순두부정식을 시켰다. 반찬이 다양하고 깔끔하여 군침이 돈다. 가격도 싼 이런 대중식당을 안 것도 큰 소득이다.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선덕여왕 세트장을 구경하기 위하여밖으로 나가 차에 올랐지만 벌써 세시다.
남으로는 보문호가 출렁이니 북으로 벚꽃길 따라 달린다. 경주는 전 시내가 아름다운 벚꽃이다. 얼마 달려가지 않아서 길 오른 편으로 거대한 벚꽃단지가 나타났다. 완경사 언덕으로 저만치 우뚝 솟은 산까지 눈이 모자라게 벚꽃으로 가득 차 화사한 연분홍빛꽃물결이 출렁인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저 장관, 우리는 놀란 듯 탄성을 토한다. 그러나 차창 밖으로 바라본 순간적인 환상의 세계라. 꿈에 본 듯 동경의 세계로 남아 애틋한 그리움 속에 사라진다. 선덕여왕세트장에 도착하니 관람시간이 길어 밖에서 사진 한 판 박고 돌아섰다.
현대호텔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문호선착장 쪽으로 갔다. 배를 타는가 싶었는데 호수 따라 난 벚꽃길 따라 걷는다. 바다처럼 푸르고 맑은 물이 파도를 일으키며 출렁인다. 훈훈한 봄바람이 한없이 불어와 얼굴을 어루만지며 세속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준다. 해맑은 정신으로 호반 따라 잘 정비된 벚꽃길 걸어가면, 터널을 이루고 끝없이 뻗어나며 변하는 절경이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동해에 아침 해가 금방 세수하고 나온 듯 화사한 꽃들이 생글 미소 지으며 아름다운 미모를 시샘하는 듯 뽐낸다. 호수 쪽으로 축축 늘어진 가지에 빼곡히 붙어 멋을 한껏 부리는 벚꽃들의 요염한 모습은 내 마을 통째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사진기 셔터가 마구 터진다. 이 낭만적인 길에서 절세가인의 섬섬옥수 꼭 잡고 한없이 걷고 싶다.
그러나 일행은 남녀가 짝이 맞지 않는다. 이 절호의 기회가 무너져 너무도 아쉽다. 그렇지만 우리는 기쁨 속에 한없는 행복을 만끽하면서 나란히 걷다가 잔디 밭 언덕에 자리 잡고 앉았다. 준비해간 각종 과일을 즐기면서 인산인해의 물결 속에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다. 모두 젊은 사람과 어린이들뿐이다. 하나 같이 사랑으로 가득 찬 표정이 밝고 활기차다. 그 속에 나의 청춘시절이 아련히 떠오르며 소리 없이 눈물짓는다.
이젠 조용히 젊은 세대들의 기쁨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즐겁고 행복하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이 아름다운 호반길을 안 것도 인생을 즐길 수 있는 큰 수확이 되리라. 진해의군왕제도 쌍계사 벚꽃축제도 내겐 이루지 못한 꿈으로만 남아 있건만 오늘 모든 여한을 다 이룬다.
저 구름처럼 밀려온 상춘객(賞春客)들과 우리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맑은 대자연 속에서 축적된 에너지로 삶의 보람을 찾으면서 오순도순 살리라. 그러나 낭만의 호반 호텔에서 하룻밤 유하면 환상적 낙조의 장관 속에서 탄생하는 새 절경의 황홀한 꿈속에 취해보고 싶은 절호의 기회가 눈앞에 와 있건만 떠나야 하는 마음 암연(黯然)히 수수(愁愁)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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