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비단길을 이루고 있던 어제 토요일 오후 세시, 아주 의미 있는 만남이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 성서 도서관에서 정호승 시인을 초빙하여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주는 시’라는 주제로 시인께서 직접 시낭송을 해주시면서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노래도 같이 곁들이니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시인께서 소개해주신 시는 총 8편이었는데 한 편 한 편이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별노래’
‘풍경 달다’
‘바닥에 대하여’
‘산산조각’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수선화에게’
시가 좋은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었구요. 기억에 남는 말씀도 많았습니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주신 분이 바로 어머니다. 천년을 같이 살아도 한 번은 이별하게 된다. 순결한 사랑의 마음이 없어져서 이별노래 같은 시를 이젠 쓸 수 없다.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바닥에 떨어졌으면 바닥을 딛고 일어서면 된다. 바닥은 감사한 존재다. 자신의 삶이 산산조각 났다면 산산조각을 얻은 것이다. 깨진 종의 파편에서 가장 맑은 종소리가 난다. 절벽이 아닌 곳이 어디 있는가?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은 암벽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노인이 되는 것은 외로워지는 것이다. 아무리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등등 한 말씀 한 말씀이 모두 의미 있게 들렸습니다.
제가 힘든 순간마다 시인의 시집을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건 우연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필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세 권의 시집을 읽었을 뿐이지만 제가 일어서는데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호승 시인을 이번에 두 번째 만나는 것이라 더 가까이 느껴졌습니다. 그건 순전히 저 혼자만의 감정이긴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