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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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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둔 사랑

돌샘(石泉)이재영

사랑 할수록 거리를 두라고 한 말은 영원한 진리이다. 사랑하면 가까이하라는 것이 순리이건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역사를 돌이켜보면 왕의 사랑을 믿고 너무도 격(隔)없이 지내다가 실패한 사랑을 수없이 본다. 장희빈이 그러했고. 양귀비가 그러했다. 양귀비에 대한 웃지 못 할 일화가 있다. 당명황이 양귀비에게 사랑에 빠져 있었을 때는 양귀비가 입에든 음식을 내주었을 때도 그것이 더 사랑스럽고 기뻤다. 그러나 사랑이 떠난 훗날, 저년이 나에게 제가 먹던 음식을 먹였다 하며 그를 목 베어 죽였다고 한다.
그렇다, 바로 그것이 화근이었다. 사랑을 받을수록, 거리를 두고 지킬 것은 더 철저히 지켜야했다. 양귀비는 그것을 행치 못하고 격 없이 지내다가 죽었다. 지금도 우리사회에는 신혼부부의 이혼율이 어느 때 보다도 높다. 그 것을 경계하여 옛 성현의 말씀에는 부부간에도 손같이 대하라 했다. 그 것이 바로 거리를 두라는 것이니, 매사에 중용의 도를 잃지 말고 바른 처신을 하란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옛날 사대부가에서는 부부간에도 깍듯이 존댓말을 썼고 각방을 사용하며, 손같이 대하면서도 애정을 잘 지속했다.
부부간에 도리는 벗 간에 지켜야할 우정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벗과 사귐에 있어서도 군자의 교제를 이행토록 가르쳤다. 군자의 교제는 맑기가 물과 같고(君子之交淡若水), 소인 의 교제는 달기가 단술과 같다(小人之交甘若醴)고 했다. 그 말뜻은 군자의 사귐은 물과 같이 맑아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변함이 없어 영구적이란 뜻이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의 사귐은 단술과 같아서, 좋을 때는 혀라도 내어줄 듯이 가까이 다가서고, 어려움이 닥치면 금방 멀리하니, 쉽게 변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눈앞에 이익에만 집착하여 멀고 큰 것을 보지 못하여 군자의 사귐을 버리고 소인의 사귐을 택할까 두렵다.
부부간이라 해서 거리 없이 서로 편한 데로만 행동한다면, 가정의 윤리, 예의. 상하질서가 다 무너진다. 부부간에 손처럼 존중하고, 매사에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것을 보여주면, 말 한 마디 않아도 아이들은 보고, 듣고, 깨닫고 하여 차래 지키기와 예절에 대해 일일이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고 잘 지킬 것이다. 그러므로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천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부부간에도 비밀을 보장해주라고 한다. 부부도 서로 알아야 좋을 일이 있고, 몰라야 좋을 일이 있다. 부부간이라 해서 거리도 비밀도 없다면 가정불화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고부간에 갈등. 형제, 자매간에 갈등, 이웃, 친척에 이르기까지 갈등 속에 고민하게 된다. 안할 말 할 말을 구별하지 못하고 말을 다 쏟아놓으면, 그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꼭 해야 할 좋은 일이라도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해야 더 빛난다. 그런데도 아들 내외는 부모 앞에서 손자 손녀까지 말을 다 놓는다. 몹시 거슬렸으나 저희들 스스로 고쳐주기를 기다리며 하고 싶은 말을 참았다.
어느 날 유치원에 다니는 손자와 손녀가 문 앞에 들어서자마자 할머니, 할아버지 하고 숨 가쁘게 불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존댓말을 쓰기로 했어요. 저희들도 표준말을 쓰기로 약속했고요 하더니, 다 우리들 때문이래요. 한다. 나는 무척 기뻤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가 일주에 한 번씩 오면, 모두 말을 놓는다. 어른과 아이의 구별이 없고, 거리도 없다. 질서도, 예의도, 다 무너졌다. 듣기가 매우 민망스러워 부모 앞에서 만이라도 말을 고쳐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이제야 부부간에 손같이 대하라는 선인들의 교훈을 저의 자식들 때문에 깨달은 것 같다. 이제나마 스스로 깨달았으니 정말 기쁘다. 며느리가 더욱 사랑스럽다.
진리는 시대가 변한다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사랑할수록 거리를 두라는 옛말은 만고에 진리이다. 부부간에 손같이 대하면서 거리를 둔다하여 실제로 멀어지는 것이 아니요. 믿고 사랑하는 관계를 더욱 굳건히 오래도록 지켜주리라. 자녀들에겐 진정한 사랑과 효를 깨닫게 하는 교훈이 될 것이다. 부부자식 간에는 편안한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것이 오히려 영원한 사랑을 앗아가는 독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과 온, 엄과 자애, 먼 것과 가까운 것의 조화가 잘 이룰 때 바른 삶이 이루어지는 것과 똑 같다. 젊은 부부들은 사랑이 깊을수록 거리를 두는 선인들의 지혜를 깊이 깨닫고 배워야할 것이다. 그대들의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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