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박기섭
하고많은 처마 밑에 하필이면 내 눈썹에
까닭이사 모르지만 먼 절집 쇠종 가에
밤 깊어 나 홀로 마시는 분청 귀얄 찻잔 곁에
*
축하, 또 축하합니다. 정말 기쁘네요.
어제의 눈이 그래서 내렸군요. 우리 카타르시스 님을 축하해 주기 위해 그렇게 펄펄 펄펄 내렸군요.
어제 쓴 글처럼 우울한 하루였는데 저녁에 눈이 내리자 눈(目)이 반짝 뜨여 연습실로 향했어요. 한오백년 가사 중에 <나리는 눈이 산천을 뒤덮듯 정든 님 사랑으로 이 몸을 덮으소> 란 구절을 속으로 부르며 눈을 맞으니 괜히 비장했던 듯했는데, 카타르시스 님의 기쁜 소식 전화를 받고 눈을 맞았다면 아마 아이처럼 펄펄 뛰며 갔을지도 모르죠.
마침 연습실에 오래 전에 우연히 알게 된 분이 오셔서 함께 이야기 중에 제가 운전을 못 한다고 하자 언제든지 자신의 차를 이용하시라는 배려의 말에 많은 것을 느꼈어요. 무엇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봉사하며 살아야겠구나란 생각. 그 아주머니의 따님이 가야금을 한다면서 언제 우리 모임 때 연주를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또 펄펄 날리는 눈을 맞으며 돌아오는 길에 뒤에서 대학생 또래의 남녀가 하하호호대며 눈싸움을 하는 것을 자꾸 뒤돌아보며 웃다가 넘어졌는데 이 남녀가 얼마나 크게 웃던지 그 웃음이 또 웃겨서 저도 앉은 채 웃었더니 와서 일으켜 주더군요. 더불어 웃는 웃음, 슬픔도 잠시 잊게 하는 눈......눈.......
학력이 생기는 것에 대한 기쁨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무엇인가 해내었다는 기쁨이 더 크리라 생각됩니다. 이제 원하던 일이 이루어졌으니 더 자신있고 멋진 생활이 되리라 여깁니다.
카타르시스 님의 독학사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얼른 한 턱 내세요. 참, 전에 제게 떡볶이 사주기로 했죠?. 그 때 것과 합해서 곱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