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허공 한 벌'''고미숙 > 정겨운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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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허공 한 벌'''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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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허공 한 벌

고미숙

엄마가 이사를 하셨다
한마디 상의 없이
홀로 들어가 살 어두운 단칸방으로

자주 찾아뵙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면서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어떡해, 정말 어떡해
하고, 뻔한 속엣말을 늘어놓았다

마타리꽃이 피어 고개를 내젖고
낙엽의 발 빠른 걸음이
비에 젖고 있는 마을
이삿날 비가 오면 잘 산다는 속설이
말로만이 아니길 바라며
나는 울지 않기로 했다
엄마의 발목 잡지 않기로 했다

엄마의 갑골문자가 새겨진 집이
언젠가는 내 집으로
유전될 것이라는 걸 알기에
내가 그 집에
다소 늦게 도착하더라도
지치지 않고 기다려 줄 엄마이기에

나는 지금 엄마가 벗어놓은
허공 한 벌 매만지고 있다 빗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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