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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11 10:19

시 한 편/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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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가 웃는다


젊어 남편을 잃고 재가해 얻은 외아들마저 잃은 그녀
언제부터 그녀가 기러기를 기르기 시작했는지는 모른다
기러기는 매일 북쪽 하늘 언저리를 날다 그녀의 집으로 돌아온다
기러기도 마음이 있어 하늘을 서성거린다,고 그녀는 말한다
하늘 끝을 날다 다시 돌아서고 마는 그 그리움의 곡면,
그녀가 기러기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오늘은 기러기가 새끼 기러기를 등에 업고 날더라고
하늘 구경을 시키더라고 그녀는 기러기 얘기에 좋아라 한다
누렇게 늙어 누운 오이 같은 그녀가 뜨락에 앉아 웃는다
날지 못하는 기러기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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