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
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 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속의 산
산위의 산을 본다 산을 올려다 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 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 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 간다 번쩍 제 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 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삶의 뒤란으로 돌아가 만나게되는 쓸쓸함과 욕됨과 근심의 얼굴, 천불산 하나 몸속에 들여앉혀 환해지고 싶은 한 여름 의 우기 입니다 회원 여러분 곰팡이 피지않게 마른 수건으로 마음을 잘 닦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