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엔
너에게 시간의 밧줄을 말뚝에 걸어둔들
시간은 표적 없이 지나가고 뚝섬 이쪽에서
저쪽까지 헤엄쳐 가기도 어렵지만
세월은 장승으로 버티고 서서 백발을 남게한다
지난 날 풀꽃같이 청순한 너의 모습
추억 속에 남고 폭우가 지나간 자리로
가물가물한 기억엔 남은 것 하나 없다
염소의 아랫배가 불룩해지면 정적 감돌고
황혼은 주름살 깊어지면 집들 등불
호밀인양 은근히 퍼져간다
수난절 새벽 종탑 밑에 섰던 너의 모습만,
눈을 감아도 어제일로 또렷하게 보인다
그뿐, 나는 말할 수가 없다
뒷산 소쩍새 가슴 아프게 울어도
훗날엔 그마저 잊혀질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