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붉은 울음을 토하는 것은 노을만은 아닙니다
행길가 낮은 집 굴뚝에도
창가의 미루나무 가지에도
가지의 수천 잎들이 몰려와 목을 놓고 웁니다
봄의 어디에서 노을이 번지는 것인지
산욕의 핏물이 저토록 흐르는 것인지
세상은 온통 자궁 속 같습니다
여인의 젖무덤은 강물처럼 출렁입니다
만일 내가 산부인과 의사라면 여인의
자궁을 들어낼지도 모를,
자신이 버려 둔 상처에 화살이 날아와
심장이나 들판의 꽃들을 풀잎을
마구 짓이긴 핏물의 노을은
보랏빛에서 검은빛의 슬픔으로 변함니다
상처받은 이의 고독처럼 깊어진 어둠 속에
노루귀 꽃잎이 창백한
얼굴로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