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님, 요즘 제겐 좋은 글들이 마치 예쁜 돌멩이들 같아요.
한가한 바닷가를 혼자서 거닐다가 까맣게 윤이 나는 돌들을 줍는 기분,
조금은 쓸쓸하고,
그리고 영원히 이렇게 걸었으면 하는 그런 기분.
오늘 제가 주운(?) 글들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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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비밀을 가지고 문경새재를 같이 넘게 되면 그렇게 돼요. 비밀이 상대편에게 스며들거든요. [...] 재를 넘으면서 사람들은 다 자신들을 드러내놓지요. 잘 알던 사람이면 더 잘 알게 되고 모르던 사람이면 산공기처럼 맑게 다 비쳐보이게 돼요. 그렇게 사람들은 문경새재를 통과하면서 인생의 공모자가 되거든요. 최윤, <문경새재>
잠깐 이 시계를 보겠니. 1분만 이 시계를 함께 보도록 하자. (1분이 지나가자 그 사내는 입을 연다.) 우리가 함께 한 1분이야. 난 이 1분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 영화 <아비정전> 중.
그리하여 이 세상이 끝나는 날, 너는 내 꿈속의 낯선 사람의 뒷모습이었을 뿐이라고. 스물네 시간 안에 이루어진 비정서적이고 의사소통이 부재한 섹스에서 멀리 보이는 배경일 뿐이었다고. 내가 너의 생에서 무엇이 될 수 있나? 단지 너의 집 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짧고 고독하게 여점원 아니디아의 생애를 살아가는 것. 절멸." 배수아, <여점원 아니디아의 짧고 고독한 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