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뿌리는 해변엔 아무도 없었다
빨간색 의자들이 접혀진채 열 맞춰 늘어서 있었다
함께 있어도 외로운 것들이 있어
우산도 없이 모래사장을 걸었다
물이 남긴 흔적 위에 발자국이 찍혀졌다
아무리 곧게 걸으려 애써도 돌아보면 발자국은 늘 어지럽다
모래가 기억하는 비
인간이 느끼는 끓임없는 갈증
해가 나면
모래는 곧 비를 잊는다
뜨문뜨문 패인 웅덩이 글썽인다
흐린 하늘이 더욱 어두워졌다
열정도 권태도 모두 집어 삼키고서
시간의 웅덩이
속을,
회귀하는 밤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