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 / 이규석 > 정겨운속삭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정겨운속삭임

|
20-09-25 07:58

해후 / 이규석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1. 애마른 아우의 죽음과 이장 관련 내용을 시화했습니다.
다만 개인의 특수한 진술을 일반적인 말로 풀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2. “솟대 곁에 서서 두리번거리고/
하늘로 목청 가다듬어 살려 달라 소리쳐도/
어른거리는 그림자 하나 없어/
신작로 위로 구르던 말 쉰 소리되고 말았다”는
아우의 고통스런 정황인데
화자가 아우의 고통을 옆에서 보는 것처럼 설명해 줘서
독자가 개입할 심리적 공간이 남지 않은 셈입니다.

특히 “하늘로 목청 가다듬어 살려 달라 소리쳐도”에서
절박한 자는 목청을 가다듬어 말할 겨를조차 없을 테니
목청껏 소리치는 게 더 자연스런 일일 것 같다는 말씀도 주셨습니다.

3. “목이 말라 마신 물, 물이 아니었나”
요절한 아우의 결단이었겠지만 화자만이 아는 독백이어서
이러한 개입 때문에 시가 시답지 못하게 되거나
시적 흐름이 끊어집니다.
산문이 돼 버릴 수도 있겠지요.

산문시는 시의 영역으로서 시상의 흐름이
행을 끊기 어려울 때, 행갈이를 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것이고
산문은 이규석 선생님이 통달하신 줄글로서
전지적 시점이 가능한 서사에 해당하겠지요.
관련 없는 얘긴지도 모르겠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연극 용어가 있는데요,
신(Deus)이 기계(machine)를 타고 갑자기 내려와(나타나)
꼬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어떤 인물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됐을 때
갑작스럽게 죽음으로 처리한다든가 이민 간다는 식으로
다음 설정에서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시에 원용하자면
화자의 돌출 반응, 화자 맘대로 이리저리
시 안에서 교통정리를 해가며 설명하는 경우가 되겠지요.
화자의 친절한 과잉간섭이 오히려 시적 흐름을 방해합니다.

4. “고향으로 돌아와 묻혔다”의 시제와
“그가 누운 자리엔”의 시제상 무리가 있다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그럼 “누웠던”이라면 무리가 없을까요?
우리말 시제는 영어의 그것보다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 두렵네요.

시를 펼쳐놓고 함께 토론하면
혼자서는 놓친 이런 문제도 발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삼조, 사조!

애말랐던 아우의 기억을 꺼내서 시화하는 일은
형으로서 꼭 추모해야 할 일종의 숙제가 되는 것이겠지요.

아우 추모시 한 편 따로
이장 관련 시 한 편 따로
이렇게 두 편을 쓰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조르바의 못다한 발언).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625 답변글 물어 봐도 되요? 인기글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10-26 2237
6624 답변글 답변 드려도 돼요?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951
6623 답변글 답변 드려도 돼요?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977
6622 답변글 끝 답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10-30 606
6621 이도원 동인(소설)의 2020년 현진건문학상 수상 소식 인기글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6 1803
6620 답변글 대단혀!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10-26 825
6619 답변글 축하축하 합니다. 목련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352
6618 답변글 아 아름다운 가을 하이디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345
6617 답변글 아 아름다운 가을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410
6616 먼 길 이재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2 908
6615 답변글 먼 길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7 383
6614 겨울 산 / 곽미숙 인기글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13 1883
6613 답변글 겨울 산 / 곽미숙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13 383
6612 줄탁 소리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10-13 767
6611 답변글 줄탁 소리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13 862
6610 답변글 줄탁 소리/터득 인기글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10-14 3196
6609 꽃밭에서 / 전 영 숙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13 738
6608 답변글 꽃밭에서 / 전 영 숙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13 730
6607 슬퍼 할 자신이 생겼다 하이디 이름으로 검색 2020-10-13 567
6606 답변글 슬퍼 할 자신이 생겼다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13 568
6605 어두워지는 순간 / 문태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10-12 507
6604 제882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안내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10-12 471
6603 답변글 제882회 <물빛> 정기 시토론회 안내 인기글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13 1003
6602 추석 달을 보며 / 문정희 시인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10-12 592
6601 가을 산에 올라 이재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03 841
6600 답변글 가을 산에 올라 인기글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13 1898
6599 고쳐보았습니다.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9 511
6598 등대가 보이는 바다 여호수하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9-22 411
6597 답변글 등대가 보이는 바다 인기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5 1663
6596 루키가 잭에게 손을 내밀었다(881회 토론용 시) 인기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2 2145
6595 답변글 루키가 잭에게 손을 내밀었다(881회 토론용 시)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5 929
6594 주인, 돌아오다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9-22 410
6593 답변글 주인, 돌아오다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5 818
6592 답변글 주인, 돌아오다/훈수 인기글 두칠이 이름으로 검색 2020-10-13 1136
6591 수국을 잃고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9-22 739
6590 답변글 수국을 잃고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5 576
6589 해후 / 이규석 cornerlee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9-22 512
» 답변글 해후 / 이규석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5 910
6587 혼잣말 하이디 이름으로 검색 2020-09-22 509
6586 답변글 혼잣말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4 985
6585 그 날 (정정지) 목련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9-22 572
6584 답변글 그 날 (정정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3 441
6583 881회 시 토론회 안내(9월 22일, 화, 19시) 인기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1 2175
6582 답변글 881회 시 토론회 결과 보고 인기글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3 1002
6581 애모 이재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9-20 537
6580 답변글 애모 조르바 이름으로 검색 2020-09-23 613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